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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한수원은 고리핵발전소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할 ‘건식 저장시설’을 2029년까지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환경운동연합은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 해에는 경주에, 이번엔 부산에, 내년엔 영광에도 건설 운운하고 있다”며 “지역에 ‘임시’로 고준위폐기장을 짓겠다는 것은 핵발전소 지역을 핵무덤으로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978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국내 핵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 이래 엄청난 양의 핵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고준위핵폐기물을 해결할 방법은 찾지 못했다” 며 “정부는 1980년대부터 최종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줄기차게 시도했지만, 매번 주민 몰래 진행하거나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환경운동연합은 “2013년 출범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채 마무리됐다”며 ”오로지 핵발전소의 계속 운전에만 목적을 둔 권고안 역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그 뒤를 이어 진행한 문재인 정부의 공론화 역시 경주의 임시저장시설 건설의 절차로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과정 속에서 2021년 12월 수립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지역 주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며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시설이 건립되기 전까지 핵발전소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저장시설이 영구저장시설로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해 책임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정부가 결국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을 다시 수립한 셈”이라고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는 일방적인 계획으로 경주에 이어 부산까지 핵무덤으로 만들려는 정부와 한수원에 분노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일방적인 핵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핵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경주와 부산 등 핵발전소 지역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 오히려 핵전기를 사용한 모두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특히 서울과 경기 등 대도시와 전력 사용이 많은 기업, 그리고 그 정책을 결정한 정부는 더 많은 책임으로 임해야 한다. 누군가의 편리한 전력 사용을 위해 누군가에게 방사능 위험이나 사고 위험, 나아가 생명을 위협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전기를 사용하는 모두가 함께 토론하고 합의해야 하는 문제다. 핵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고 있는 핀란드나 스웨덴은 30년 이상의 공론화 기간을 거쳤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여전히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전력자급률이 약 11%에 불과한 서울시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경기도. 각각 지금까지 발생한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핵전기를 만들면서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의 눈물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은 핵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방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할 수는 없다.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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