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내 습지보호지역, 농지개간에 따른 훼손 심각. 관계기관, 어디까지가 습지인지 조차 몰라?
‘2008 람사총회’를 앞두고 전국습지의 생태현황 보고를 하고 있는 (사)환경실천연합회(이하 환실련, 회장 이경율)가 지난해에 이어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철원의 군사분계선 부근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간인출입통제선, 이하 민통선) 습지를 모니터링 한 결과, 습지의 주변까지 파고든 농지 때문에 습지건조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었다.
환실련 이경율 회장은 “농지의 개간으로 인해 습지가 주변 생태계와 이어지지 않는 단순한 물웅덩이로 전락하거나 말라있는 상황을 민통선 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며, 경기도파주 일원은 제방이 자연습지 쪽으로 새로 쌓이면서 습지 상당부분이 메워져 형태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공사과정에서 중장비와 트럭 출입이 빈번해지면서 습지 훼손이 더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무단 매립이나 불법형질변경이 비일비재하고 개간하면서 잘라낸 나무를 그대로 방치하여 수생식물서식을 저해하고 있다. 또한 농업용수의 공급을 위해 습지가 소규모의 저수지로 탈바꿈 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와 철새도래지로서의 생태적 기능 상실은 물론, 홍수조절지로서의 습지의 역할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철새도래지역으로 유명한 강원도 철원평야 일원과 샘통습지(천연기념물 245호) 인근에는 출입영농을 하고 있는 농민들에 의해 무심코 버려진 농약병, 비료봉지 등에 의해 습지가 오염되어 야생동물과 철새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었다.
사실 지난 2005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약 100여마리의 조류가 농약 중독에 따른 마비증세로 날지 못하고 논바닥에 쓰러지거나 집단폐사 하는 일이 있기도 하였다.
방치되어 있는 농약병, 폐비닐 등에서 흘러나온 농약은 새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 스며들 경우 지하수를 이용하는 지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 그 위험성이 더해지고 있다.
환실련을 비롯한 환경시민단체에서는 현재와 같이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며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민통선 지역을 훼손하거나 이를 통해 2차, 3차의 오염 행위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습지를 보전할 수 있는 항구적인 방안 마련 이전에 민통선 내 습지의 수나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실련 이경율 회장은 “다른 어떤 곳보다 공간 그 자체로서 보전가치가 높은 곳이 민통선 내 습지이다. 민통선의 몇km 이내를 보호하느냐 마느냐를 논의한다거나 지역민의 소유권만을 따져서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불가피한 사업이 있더라도 환경친화적인 방법과 훼손영향에 대한 생태복원의 개념에 입각해야만 한다. 이러한 인식의 확산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민통선 내 습지 파악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정부와 지역민의 공동의 보전을 강구하는 자치기구 등을 신설하여 지역민 스스로의 지도/단속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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