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재벌기업들의 이익단체 역할을 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공공기관이 회원사로 가입해 연간 수천만원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전경련 탈퇴의사가 없었던 중소기업은행이 탈퇴를 고려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영등포갑)이 전경련 회원자격 유지 여부 서면질의에 기업은행은 지난 2일 서면으로 "(전경련)회원자격 유지에 따른 기업은행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 검토하여 탈퇴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경련은 지난달 30일 서면답변에서는 "재정.금융.산업.통상 등의 제반문제 관련 금융권 의견을 정부 시책에 반영토록 건의하고,산업 관련 정보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고자 (전경련에)가입"했다며 탈퇴 여부에 대해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면서 나아가 상장회사로서 시중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회원사간 정보 교류 및 대정부 정책건의, 인적 네트워크 강화 등을 위해 회원사 자격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지분이 50.64%인 기업은행은 1968년 가입해 전경련이 창립된 때부터 회원사였으며, 회비도 공공기관 중에 가장 많이 내고 있었다. 지난해 회비로 2천 365만원을 냈고 매년 비슷한 금액의 회비를 납부했으며 2011년부터 작년까지 낸 회비가 1억 1562만원이었다.

기업은행이 이틀만에 입장을 바꾼 데 대해 김영주 의원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됐고, 공공기관이면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금융권 의견을 정부 시책에 반영하려고 재벌 이익단체에 가입'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기업은행의 입장이 이틀만에 바뀐 것도 '회원 자격을 유지하겠다'는 근거가 얼마나 말이 안되는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라며"탈퇴를 고려할 게 아니라 즉각 탈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가입된 공공기관은 △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기술보증기금 △선박안전기술공단 △산업연구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전력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 17곳에 달한다.

탈퇴의사를 밝히고 전경련에 공문을 보낸 공공기관도 있으나, 전경련이 탈퇴를 재고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은 "전경련은 올해 초 극우단체인 어버이연합에 불법적으로 수억원의 뒷돈을 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고, 최근에는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의혹에서 볼 수 있듯이 정권을 위해 기업에서 강제로 수백억원을 뜯어낸 의혹이 있는 상황이어서 공공기관이 전경련에 가입돼 있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경련 사업보고서를 보면 경제민주화 반대, 대기업 성장의 낙수효과 입증 등을 사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며 "현재 뿐만 아니라 역대 회장단, 부회장단, 산하 조직들의 수장도 모두 재벌기업 총수들이 맡고 있는 전경련은 재벌대기업의 사적이익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공공기관의 가치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 회원사인 산업은행은 김영주 의원의 탈퇴 여부 문의에 "경제계 및 산업은행의 주요 고객인 전경련 회원사와의 인적네트워크 구축과 최신 경제.경영정보 습득 등을 위해 회원자격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김영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작년에 1156만원의 회비를 전경련에 냈으며, 올해에도 5월까지 708만원을 낸 것으로 돼 있다.

김영주 의원은 "기업은행도 입장을 바꿨는데 산업은행만 계속 엉뚱한 데 돈을 쓰고 있는 재벌 이익단체에 회원으로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즉시 탈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