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환경부 예산이 6조 7,397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3일 환경부는 새롭게 대두되는 환경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환경 지속성 확보를 위한 미래 투자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춰 201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예산안 5조 6,808억원, 기금 1조 321억원 등 총 6조 7,129억원 규모의 환경 예산 및 기금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심의과정에서 24개 사업 677억원 증액, 9개 사업 509억원이 감액되어 최종 168억원이 순증되었다.

주요 사업으로는 노후화되어 단수사고·누수·수질오염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지방상수도 시설에 대해 2개소에 40억원을 시범적으로 투입하여 개량사업을 실시하며 바람직한 대책을 모색하고, 씽크홀·수질오염 등을 일으키는 서울시 노후하수관을 정비하기 위한 예산 500억원이 반영되었다. 이는 전체 재정규모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목적예비비로 편성하였으며, 예비비 지출 승인 후 환경개선특별회계로 전입·지출될 예정이다. 또한 도심지역의 하수도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한 국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하수도 악취 개선사업 25억원을 신규로 반영했다. 그 밖에도 지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시설 확충 398억원, 국립공원 탐방로 정비 31억원, 소외 지역·계층 환경교육 강화 10억원, 대기오염측정망 8억원 등이 증액되었다. 집행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된 환경기초시설 설치사업, 하이브리드차량 구매보조금 지원사업 등에서는 509억원이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경부 예산의 확정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연 10억원 가량의 운영예산이 투입되는 환경부 '항공기 소음측정망' 자료가 국토부의 단순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등 '무용지물'임이 드러난 바 있다. 환경부는 '소음진동관리법' 제 3조에 의거해 전국 90곳에 항공기 소음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환경부는 소음측정망에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해 항공기 소음의 한도를 초과한 공항에 대해 국토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청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환경부가 국토부에 분기별 측정결과를 '통보'만 할 뿐 국토부의 조치에 대해서는 일체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환경부 10억원 예산이 실제 정책에 전혀 활용되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장·축사처럼 오염물질이 정기적으로 배출되는 시설을 제외한 곳에서 생성되는 오염인 소위 '비점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비점저감시설'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들어진 시설 중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불과 10곳 중 4곳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민 세금의 500억원이 투입된 사업이 부실사업으로 드러난 것이다. 물 자체가 더럽지 않은 데도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시설을 설치한 경우도 있었다. 비점저감시설 16곳의 시설을 만드는 데 들어간 예산이 547억 6,800만원이다. 한 시설 당 평균 23억여원이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사전에 면밀한 검토가 안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환경부는 이렇듯 항공기 소음측정망과 비점저감시설의 비효율적 설치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생태 하천 복원 사업에 무턱대고 예산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에서 거액의 환경예산 낭비를 일삼았다. 단순히 예산 소진을 목적으로 하는 낭비적 지출의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수요기관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고, 예산 낭비를 예방토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챙겨야 한다. 또 ‘환경교육의 빈곤’이라고 불릴 정도로 점점 축소되고 있는 환경교육 또한 살피고 투자해 지속가능성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환경부 예산도 마찬가지로 국민의 혈세인 만큼 전면적으로 꼼꼼히 검토하고 현실성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