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직원이 수입차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인증을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온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주한유럽연합대표부(EU-ROK)는 회원국의 자동차 업체로부터 '교통환경연구소 공무원이 고의로 인증서 발급을 지연하고 급행료를 받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 우리나라 환경부에 공식 항의문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관련 첩보를 입수, 교통환경연구소 직원의 범죄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 6급 공무원 황모(42)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황씨에게 향응을 제공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 이모(36)씨를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해외 수입 자동차의 배출가스, 소음 등의 환경인증 과정에서 환경인증 신청업체 관계자 14명으로부터 32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다. 

황씨와 함께 입건된 이씨는 개인 돈과 회사 법인카드 등을 이용해 황씨에게 7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업체가 수입차의 자동차 배출가스와 소음 검사 등 환경인증을 신청하면 15일 이내에 인증서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황씨는 평소 친분관계가 형성돼있지 않았던 업체는 환경인증을 고의로 지연시킨 뒤 '급행료'를 낸 업체만 선별적으로 인증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황씨의 고의 지연으로 인증서 발급신청 민원의 절반가량이 처리되는 데에 1∼2개월이 걸렸다. 

황씨는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자료미비를 이유로 접대를 유도하고 유흥업소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황씨는 인증 검사에 사용된 차량은 시중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악용해 자신의 친형 명의로 수입 자동차를 1100만원 가량 싸게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증검사에 사용된 차량은 중고차 취급을 받아 시세보다 25%가량 가격이 할인되는데, 황씨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구입했다. 

이밖에도 황씨는 외국이나 지방 출장을 가면서 인증 신청업체 관계자와 동행, 현지 접대를 유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황씨의 집 안방 책상 서랍에서 현금다발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황씨가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 상급자나 감독자들로부터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며 "국립환경과학원이나 소속부서에는 자체 감사기능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