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겨울, 전 세계는 기후변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3일 기후변화센터에서 개최한 국제세미나에 참가했던 하워드 뱀지 호주국립 대학교 교수는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기후변화 역사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까지 리더십을 보여준 우 리나라가 발표할 INDCs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 11일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매우 실망스러우며 국제 사회의 기대를 저버린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기후변화센터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안에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첫째, 정부가 공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그 어느 시나리오도 국제사회가 동의한‘후퇴 금지의 원칙(No Backsliding)’에 부합하지 않으며, 둘째, 감축 목표 외 INDCs의 다른 항목에 대해서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고 또한 적극성을 보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작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모든 당사국들은 ‘후퇴 금지의 원칙’에 동의했다.

INDCs 제출 시점에서의 관전 포인트는 교토체제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자발적으로 탈퇴했던 선진국(미국, 일본, 캐나다 등) 및 당시에는 의무감축국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신흥개도국들(중국, 인도, 한국 등)이 얼마나 고무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제시하는가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2009년 코펜하겐 회의에서 BAU 대비 2020년 30퍼센트 감축 목표를 자발적으로 선언하였고, 국제기후변화협상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가교 역할을 자청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평가는 녹색기후기금과 같은 미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필수적인 국제기구를 우리나라로 유치하는데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이다. 그러나 지난 11일 우리나라 정부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포스트교토체제 감축목표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는 시민사회가 우려했던 대로 2020년 목표치보다 후퇴한 것이었다. 일단 목표설정방식에 관해서는 BAU 기준 감축목표 설정을 고수하였다. 2009년 추계됐던 배출전망치보다 상승했음은 물론이거니와 발표한 4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감축률을 보이는 목표조차도 지난 코펜하겐 회의에서 발표한 배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EU, 캐나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기준년도 대비 고정된 절대량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전제조건에 따라 상승변동이 가능한 BAU를 목표 설정방식으로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현재 제시한 시나리오를 통해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BAU 산정 과정에 있어 전제가 되는 전망들에 대한 합 의를 구하고자 구축했던 민·관거버넌스를 부정하며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대해서도 국내 시민사회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INDCs 작성 지침은 감축목표 등 목표를 설정하는 부분과 이에 상응하는 저탄소 경제발전을 위한 액션플랜을 제시하는 부분으로 나뉘는데,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후자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적응과 재정 지원, 기술 등 기타 항목에 대해서도 추가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 발표는 지난달 국회에서 개최된 Post-2020 공론회에서 표출되었던 산 업계의 반발과 이를 대변하고 있는 정부부처의 의견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세계 4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을 온실가스 다배출산업이 라는 이유로 강하게 제재할 수 없다는 점은 깊이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가 국가 산업구조와 에너지로드맵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은 매우 우려스럽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앙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와 국민 모두가 각자 맡은 바 를 다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먼저 정부와 국무총리가 확고한 의지와 국가적 전략을 가지고 범부처의 의견을 조율하여 국내 산업의 여건을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국제적인 흐름에 맞춰 차별화된 목표를 제시하고 저탄소 경제발전 전 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산업계가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하여 정부에 협조 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전사의 노력을 기울이게 할 것이다.

또한 주택, 상업, 교통을 포함한 여러 부문의 주체가 되는 국민들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저탄소 생활을 습관화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정부, 지자체, 산업계를 감시해서 미온적인 온실가스 대책에 질책을 가하여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공청회 등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안을 확정한 뒤 이달 안으로 INDCs를 제출할 예정이다.

기후변화센터는 산업계의 반발로 인해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의 발표에 다시 한번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정부가 책임감 있는 감축 목표와 전략을 제시할 수 있도록 감시자로서 또한 조력자로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