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행한 사업의 결과물로서, 한국의 급격한 근대화-도시화의 과정에서 도심 내 녹지면적이 개발에 휘말려 사라질 것을 우려하여 관련법을 만들고 여러 녹지를 개발 제한 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린벨트 지역 내에서는 건축물의 신축·증축, 용도변경, 토지의 형질변경 및 토지분할 등의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장관, 시·도지사, 시장, 군수 등의 승인 또는 허가를 받아 구역설정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 안에서의 개발행위는 가능하다.

1972년 8월에는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이 2배로 확대되어 서울의 광화문 네거리를 중심으로 반지름 30km 이내의 6개 위성도시를 총망라한 68.6km2지역이 개발제한구역이 되었다. 

탄생 당시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민주화 시대가 열리면서 이 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강제로 침해한 악법이라는 비난과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이라는 찬양을 동시에 받고 있다.

다른 관점으로는 개발가능 토지를 지나치게 제한시켜서 인구밀도를 도시 중심지역으로 지나치게 집중시키는 바람에 아파트위주의 주택문화를 양산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사례는 아니지만 캐나다의 토론토도 실제 땅덩이나 인구밀도에 비해 그린벨트가 매우 빡빡해 북미권 교외 이미지랑 걸맞지 않게 아파트가 흔하다.

이러한 논쟁이야 어쨌든, 만약 그린벨트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도심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 모델은 먼 곳에서 찾을 필요 없이 일본의 경우를 보면 간단하다. 일본의 경우는 50년대 그린벨트를 지정하려 했었으나 결국 실질적으로 지정하진 못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패전 이후에 지속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왔고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당시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쓰나미로 인한 잔해의 정리가 지연되는 일이 있었을 정도로 한국에 비해서 사유재산 보호에 더 철저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일본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단독주택에 대한 집착이 대단히 강하다. 이런 일본인들의 취향을 아주 제대로 보여주는 지역이 바로 사이타마 지역이다. 3개월 전 박원순 시장이 사이타마 지역을 방문해 둘러보고 오기도 했다. 

사이타마 지역은 출퇴근길 지하철 푸쉬맨, 도로교통의 마비와 주차난 등 교통체증 현상과 불규칙하고 난잡한 스카이라인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돈이 없어 짓다가 만 도로가 난립하는 등 심각한 난개발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이러한 난개발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은 근래의 일이고, 여기에는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렇듯 그린벨트가 없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례들이 있음에도 우리는 도리어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넘기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앞서 일본을 예로 들었지만, 구태여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난개발의 대표적인 오명을 쓰고 있는 도시가 바로 용인시다.

급속도로 진행된 도시화에 민선시장들이 주민의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정책을 펴 무리한 투자를 불러왔고 이와 관련해 경전철건설, 호화청사건립 등이 도마에 올라야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무리하게 테마파크를 짓다가 공사가 90퍼센트나 진행된 상황에서 중단되거나 예상 관람객이 터무니없이 모자라 적자만 보는 곳이 수두룩하다.

구태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의식 속에는 여전히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건설이 최고라는 오래된 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듯하다. 그린벨트 해제를 운운하기 전에 난개발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