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인 석면 관리와 관련해 서울시의 터무니없는 일정과 예산, 법령 위반등이 도마에 올랐다.

(사)한국석면건축물 안전관리협회는 "서울특별시가 지난 12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를 통해 '시 소유 석면건축물 위해성평가 용역'을 입찰 공고했으나, 안전한 석면건축물 관리는 커녕 석면안전관리법 준수를 관리 감독해야 할 시가 관리 부실을 조장하고, 실제 석면안전관리법상 석면건축물 관리기준까지 위반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고에 의하면 시 소유 석면건축물 874개소에 대한 위해성평가와 6개소에 대한 석면조사 용역에 대하여 약 6천8백만원의 기초금액을 책정해 놓았는데 실제 낙찰 예상금액 약 6천만원은 해당 용역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평가다. 

우선 공고에서 요구한 용역 수행기간인 210일 동안 중급기술자 1명을 포함한 2인 1개조 기준 2개조 이상을 투입하여, 전 건물에 대한 위해성평가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건축물별 책자로 제작하여 총879부를 제출해야 하며, 석면조사 결과보고는 별도다.

이는 책자 제작 및 검토기간을 30일로 계산하더라도 기술자 4명이 쉬는 날 없이 180일 동안 1일 약 5개소에 대하여 위해성평가를 완료해야하는 것으로 이동시간, 휴식시간 등을 고려하고 석면건축자재에 대하여 전수조사를 해야 하는 위해성평가 특성상 무리한 일정이다.

또한, 한국엔지니어링 협회 기술자 노임단가 기준에 의거 조사인력 4명의 노임은 1일 약 60만원으로 낙찰 예상금액 6천만원은 180일 동안의 조사인력 임금 1억8백만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또한, 위해성평가를 실시한 후 각 건축물에 대한 석면제거 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합산한 비용을 산출할 것을 요구하여 건축적산사무소에 발주해야 할 부분까지 비용부담을 지우고 있다. 이는 곧 용역수행업체의 인건비 절감 등으로 이어져 결국 위해성평가의 부실조사를 부를 수밖에 없다.

석면안전관리법 시행령 제33조(석면건축물 관리기준)에 의하면 “석면건축물의 소유자는 6개월마다 석면건축물의 손상상태 및 석면의 비산 가능성 등을 조사하여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관련조항 위반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는 또한 작년 동일시기에 동일유형의 용역을 입찰을 통하여 시행한 후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석면건축물 위해성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석면안전관리법의 시행을 관리 감독하고 과태료를 부과해야 할 지자체가 스스로 법을 위반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실내환경관리시스템(http://cleanindoor.seoul. go.kr/)'의 석면정보 공개에 따르면 다수의 시 소유 석면건축물들이 위해성평가를 실시한지 6개월이 훌쩍 경과한 상태다. 또한, 그나마 위해성평가를 실시한 결과물도 평가결과만 있고 조치한 내용은 없는 반쪽짜리 “석면건축물관리대장”으로 서울시 스스로가 석면건축물 관리기준을 완벽히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령인 “석면안전관리법 시행규칙” 및 환경부고시 2012-82호 “석면건축물의 평가 및 조치방법”에서는 석면함유 건축자재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관리와 손상시 즉시 보수 등의 조치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석면건축물관리대장”에 기록하고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서울특별시 석면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서도 석면의 비산(석면건축자재의 파손, 절단, 노후화, 손상 등으로 흩날릴 우려가 있는 상태)을 방지하기 위해 석면 해체·제거 및 보수, 봉합, 밀봉 안정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그 내용을 기록·보존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위해성평가만을 실시하는 용역을 발주하고 조치는 나몰라라 하는 서울시의 행태는 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탁상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 공공건축물을 매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시가 주도적으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노출시키는 범죄행위와 같은 것이다.

환경부 허가단체인 한국석면건축물안전관리협회 관계자는 해당 공고에 대해 “석면안전관리는 보고서 작성이 주가 아닌 실질적인 조치와 관리에 있다"며 "현재의 서울특별시 용역 입찰에서는 석면자재의 손상을 수반하는 고형시료 채취시 조사자나, 주변사람들이 석면입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석면해체·제거업자나 동등 이상의 자격을 갖춘 자가 시행할 것을 말하면서 입찰참가 자격은 석면조사기관으로 한정하여 위법, 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법령에 의거 위해성평가시 발견된 손상자재를 즉시 보수하기 위해서는 석면조사기관만이 아닌 석면해체·제거업자와의 공동이행부담 방식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용역 입찰은 지극히 행정적이며,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입찰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석면건축물 안전관리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서울특별시의 각성과 정책 수행의 치밀함이 요구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