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환경부는 환경분야 국고보조금 313억 원이 부당 집행되었다고 감사결과를 밝혔다. 이 결과 중 눈여겨 볼만한 사례 중 하나가 대전시와 부산시다. 

대전시는 방류수 수질기준이 초과되자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순간을 모면할 목적으로 수질 자동측정기기의 전압 값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회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하수처리수의 방류수 수질기준이 초과되지 않도록 자동측정기기의 기울기 값을 조작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리자가 창문으로 출입하기까지 했다. 조직적으로 수질 자동측정기기를 조작한 것이다.

간디는 나라가 망하는 7가지 징조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간성 없는 과학’이다.
환경문제의 실질적인 감시와 해결책에 있어서 과학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정해놓은 환경오염의 ‘기준’을 만드는 것도 과학자이며 우리가 벌여놓은 환경오염을 수습하거나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도 과학자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과 기술에 대한 성과는 누가 검증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역시 과학자다.

이는 과거 황우석 사건을 돌아보면 ‘과학자의 철학과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다. 황우석 사건을 통해 우리는 이른바 ‘정치적 과학자’와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오히려 이에 동조해 팩트를 왜곡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언론의 추악한 모습을 목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환경분야는 생명공학 못지않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 분야만 놓고 보더라도 앞으로 물 관련 시장은 2014년에 5730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6890억 달러로 석유시장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 경북 세계물포럼 행사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렇게 달아오르는 시장 속에서 우리가 경계해야할 것이 하나 있다면 앞서 이야기 했던 ‘과학과 철학’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어버렸겠지만 물과 관련된 유사과학으로 사실상의 사기행각을 벌인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이 있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언급하자면 "좋은 말을 써놓은 통과 나쁜 말을 써놓은 통에서 언 얼음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좋은 말을 써놓은 통은 얼음 결정이 예뻤고, 나쁜 말을 써놓은 통에서 언 얼음은 결정이 못생겼다. 왜냐하면 물은 46억년간 지구상에 있었기에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를 안다" 는 내용이다. 

이 같은 유사과학 사기는 기업이 조직적으로 저지르기도 한다. 96년 무렵 초 모 정수기 회사에서 영업사원들이 물전기분해 실험장치를 이용해 수돗물과 정수기 물을 비교해 수돗물 속에  시커멓고 더러운 것들이 많다며 사기를 치고 돌아다닌 일이 있었다. 여담이지만 환경부의 경고를 받고 이를 중단했던 당시의 정수기 회사들은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정수기 회사들이다.

물 시장을 자본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다. 단순한 논리로 석유와 달리 물은 반드시 마셔야만 하는,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먹을 수 있는 담수의 절대량은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물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물 시장의 성장을 바탕으로 많은 환경전문가와 과학자들이 배출될 것인데 이들 중에 제 2의 황우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과학자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환경부가 밝혀낸 국고보조금 부당 집행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환경전문가에게는 무엇보다 윤리적인 의식이 뒷받침 되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현장에 서있을 환경전문가인 당신에게는 아주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기계가, 우리 모두의 생명을 포함해 당신 가족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