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간접세 비중은 개발도상국 수준과 다름없다. 작년 11월 말, 모 신문에서는 담뱃값이 인상되면 우리나라의 직간접세 비율 중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예상을 내놨다. 그리고 이 예상은 현실화됐다. 작년 12월, 담뱃값 2000원 인상과 관련한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세수 중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용이 사실상 50%를 넘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내고 있는 여러 세금들 속에 이런 간접세 외에도 ‘세금 아닌 세금’이 숨어있다는 것을 혹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KBS 수신료’다. 왜 KBS 수신료가 전기세 고지서에 붙어서 나오는가에 대해서 KBS는 입을 다문다. 이것은 마치 수도세와 전기세를 같은 고지서로 내는 꼴이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스리슬쩍 뜯어가는 눈먼 돈 중 하나가 바로 ‘물이용부담금’이다. 한강 하류 지역 주민이라면 수도세 고지서를 펼쳐보기 바란다. 여러 납부 내역 중 물이용부담금이라고 적힌 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돈은 얼핏 보면 ‘세금’처럼 보이지만 ‘세금’이 아니라 ‘기금’이다. 고지서에는 명목상 물이용부담금으로 표시되는 이 돈은 ‘한강수계관리기금’이라는 이름의 기금으로 관리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은 분명 세금이 아닌 기금이면서도, 내가 기금을 내지 않겠다고 하면 수도를 끊어버릴 수 있는 ‘강제 기금’이다. 이런 ‘물이용강제기금’ 부과 대상 수역은 팔당호(팔당댐~경기도 하남시 및 남양주시 관할 상수원보호구역의 경계석)와 팔당댐 하류의 한강본류 하천구간으로 60개 시·군·구가 속해 있다. 서울특별시(25개구) 전역과 인천광역시(8구 2군) 전역, 그리고 경기도의 25개 시가 이에 해당한다.

물이용부담금 납부, 수혜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서울시 내에서 잠실수중보 상류지역 지자체에 해당하는 3개구(강동구, 광진구, 송파구)는 물이용부담금 수혜지역이다. 경기도는 25개 지역이 부과지역에 해당하지만 수혜지역도 11곳에 달해 2012년 한해 1,895억 원을 납부하고 2,123억 원의 기금을 사용했다. 서울시는 1,829억 원을 내고 107억의 기금 지원을 받았다. 인천시는 수혜지역이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시가 발간한 2013년 물이용부담금 제도개선 백서를 통해 보면, 환경부는 국책연구기관에서 상수원 수질개선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명된 생태하천 복원사업, 기금 운용에 명시되어있지 않은 비점오염원 저감 사업 등에 관행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었다. 증가하는 수입규모에 비해 사업내용이 고갈되어 상수원 보호구역 인근에 생태주차장이라는 이름으로 주차장 설치, 진공흡입 청소차 구매 같은 지자체 일상업무에 대해서도 기금을 지원하려다가 이에 반발한 서울시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청소차 구매는 사업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기금운용을 둘러싼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결국 서울시와 인천시의 물이용부담금 납부 거부 사태로 비화됐다.

올해에도 물이용부담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재점화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국가가 주도하고 지자체가 참여하는 현행 사무국의 틀을 유지하자’는 제안을 수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수질오염총량제도라는 정부정책을 이행하는 데 수계기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물이용분담금과 관련한 기금운용 권한을 지자체에 양보하고 해당 기금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작년에는 서울시나 인천시 차원에서 반발했지만, 이제는 이를 시민들에게 알려 공론화를 시키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묵묵히 ‘세금’ 아닌 ‘세금’을 내어준 한강 하류 시민들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