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이케아 광명점은 개장 35일 만에 방문객 100만을 돌파했다. 여의도의 하루 유동인구가 약 80만인 것을 생각해본다면, 하루 동안 여의도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 추가로 약 20만의 사람들이 이케아 매장에 들렀다고 보면 간단할 것이다. 다급해진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케아 가구가 다른 나라보다 가격이 비싸고 품질도 떨어진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비싸고 무거운 원목 가구가 아닌,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가구들은 MDF 방식으로 제조된다. 잘 알려져 있듯 MDF는 나무를 갈아 압착시키면서 접착제를 이용해 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때 어떤 나무를 쓰고, 어떤 접착제를 쓰는가에 따라 포름알데히드의 방출량이 결정된다. 포름알데히드는 1급 발암물질 중 하나다.

 이러한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대해 국제사회는 SE0-EO-E1-E2 순으로 등급을 매겨 친환경 제품을 관리하고 있으며 국내 제품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SE0가 가장 방출량이 낮은 것이고 E2가 방출량이 가장 높은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실내 가구의 경우 E0 등급 이상만 실내용 가구로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E1의 경우 외장재로만 쓸 수 있고, E2는 판매 자체가 금지되어있다. 그렇다면 국내기준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정해진 강제 기준이 없다. 심지어 E2 제품도 실내 가구로 판매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영세사업자들은 아직도 E2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이러한 E2 가구는 국내가구산업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조달청에서 학교, 공기관 등에 납품하는 가구의 포름알데히드 기준은 E0다. 

 환경부는 2013년부터 포름알데히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현 시장의 상황을 놓고 보면 큰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 같지 않다. 2015년 환경부 업무보고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 가구업체들은 포름알데히드 규제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구의 경우는 저가의 경우라도 큰 문제가 없다면 최소 3∼4년을 사용하고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붙어있다. 책상, 옷장, 주방 수납 가구, 서랍장, 침대, 소파를 각각 하나씩 사용한다고 보면 최소 6개의 가구는 쓰기 마련이다. 한 가구(家口)에 가구(家具) 하나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E2급의 저가형 가구 6개에서 각각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된다고 보면 꽤 섬뜩하다.

 이는 과거 빅토리아 시대에 ‘비소’의 위험성을 전혀 몰랐던 것과 흡사해 보인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가구를 비롯해 온갖 곳에 비소를 썼다. 그러나 그 시대 사람들은 정말로 비소의 위험성을 몰랐고, 우리는 위험성을 알면서도 포름알데히드를 방치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가구산업 수준이 해외에 못 미쳐 포름알데히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미 2012년경에 H사에서 포름알데히드가 없는 MDF를 개발했고, 환경부 역시 이와 관련한 환경 제도를 정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영세 기업들의 반발을 의식해 포름알데히드 규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이제 국내 가구점을 찾아 가구를 둘러보다가 스스럼없이 “이케아보다 비싸네요”라고 말하고 있다. 불과 35일 만에 소비자들에게 좋은 가구의 기준이 ‘이케아’가 된 것이다.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도 이제 환경이 곧 경쟁력이라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내 가구 산업이 ‘이케아’ 하나에 쓰러질 것이라고 설레발을 치고 싶지는 않다. 이케아 못지않은 좋은 친환경 가구들이 저렴하게 나오리라 생각한다. 환경부는 가구와 관련한 환경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