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은 그저 쓰레기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쓰레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보물이 될 수 있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은 당신의 회사와 다른 회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들은 수십 년 동안 돈을 내고 튀김용 기름을 매립지에 버려왔다. 지금은 그러한 튀김용 기름이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된다. 이 말은 제이 하먼이 ‘새로운 황금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서 했던 말이다.

 자원순환사회란 새로운 황금시대라고 볼 수 있다. 폐기물이 곧 황금이 되는 시대다. 감량화, 재사용, 재제조, 물질재활용, 에너지회수를 통해 ‘폐기물이 곧 자원‘이라는 가치관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언뜻 들으면 거창해 보이는 말이지만 사실은 간단하다.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커피, 스포츠음료, 생수는 물론이고 수입제품이나 일회용 병 등 거의 전 품목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빈병보증금제도’를 통해 주류 및 청량음료 병만 반환이 가능한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우리가 한 번 쓰고 버리는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이를 수입하는 업체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페트병을 수도권 매립지에 묻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폐기물’에 대한 개념은 ‘배출된 폐기물 규제’라는 측면에 매달려있다. 따라서 ‘배출된 폐기물 재활용’ 역시 같은 수준의 규제에 묶여 새로운 재활용 기술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만약 폐기물을 자원으로 보기 시작하면 환경부가 힘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해’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제기 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환경 또는 인체 유해성이 없는 경우, 구체적 목적을 가지고 폐기물이 사용된 경우, 거래시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원순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것이 있다. 첫째로 폐기물 관리 법안들이 물질 중심으로 세분화 되어 관리돼야 한다. ‘양적 재활용’에 매달렸던 재활용 분야를  ‘질적 재활용’으로 바꿔야한다.

 환경부는 지난 9월 환경 위해성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한바 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폐기물 관리’이라는 관점이 들어가 있는 ‘폐기물 관리법’이라는 한계가 있다.

 재활용업자와 폐기물업자를 동급으로 취급해 폐기물을 취급하는 고물상을 주거 및 상업지역에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 또한 환경부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인식의 한계다. 실제로 이러한 규정에 의해 용도지역 위반 시정조치 공문을 받은 업체들이 다수 있다. 공문을 받지 않은 나머지 업체들도 위태로운 상황인 것은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은 한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10월 무렵 국내 반도체등을 제조하는 모 회사는 가공 중에 발생하는 카본가루를 집진기로 포집해 연필심이나 전도성 도료를 생산하는 업체에 판매했으나 환경점검에서 카본가루를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해 전량 폐기토록 조치됐다.

 자원순환 사회로 나아가야 할 길은 이처럼 아직 멀다. 범 부처 차원에서 정부는 자원 순환업을 산업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 자원순환업은 문서상에만 있는 사업일 뿐 존재하지 않고 통계도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영세한 폐기물 사업자가 순환자원 수거, 유통, 제조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능하겠는가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폐기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원화하지도 않은 것을 자원이라고 하는 온갖 편법이 동원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 담글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다소간의 문제점이 있을지라도 자원순환사회는 결국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될 방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