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국제 심포지엄 개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전하고 있는 정연만 환경부 차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국제 심포지엄'이 12일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됐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단위로 배출권을 할당하여 할당범위 내에서 배출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할당된 사업장의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여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에 대하여는 사업장 간(間)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높은 사업장은 보다 많이 감축하여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 중 초과 감축량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고, 감축 여력이 낮은 사업장(한계감축비용이 높은 사업장)은 직접적인 감축을 하는 대신 배출권을 살 수 있어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각 사업장이 자신의 감축 여력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또는 배출권 매입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준수 할 수 있으므로 유연성 확보가 가능하고 국가차원에서도 비용 효과성이 제고된다.

2012년 5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같은 해 11월 시행령이 시작되면서부터 한국에도 공식적인 온실가스 배출권 도입이 시작되었다.

2013년 1월 범정부 기관인 ‘배출권거래제준비기획단’이 구성되었고, 같은 해 4월 제도 도입전 준비 진행상황 공유 및 제도 설계 협의 등을 위해 ‘상설협의체’가 구성되었다.

2014년 1월에는 국가 BAU 재검증 및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선업 건물 수송 등 7개 부문별 감축 정책과 이행수단을 포함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이 마련되었다. 이를 토대로 배출권 거래제 운영 향후 10년의 방향을 제시한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기획재정부에서 수립하였다. 배출권거래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한국거래소(KRX)를 배출권거래소로 지정해 안정적인 거래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이렇듯 이미 많은 부분이 진행이 되었고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여전히 업계의 반대와 제도 시행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물음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최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심포지엄’은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대한 의문점, 불안감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토론회 발제 및 질의답변을 하기 위해 모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전문가들

이미 이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는 유럽, 미국, 중국의 배출권 거래제 전문가들과, 애널리스트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각국의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심포지엄 참여자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이번 심포지엄에서 가장 주목해 들어볼만한 사례는 영국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질 듀건(jill Dugan)은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서의 배출권 거래제의 효과성’이라는 주제로 영국의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토론회 발제 및 질의답변을 하기 위해 모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전문가들과 정연만 환경부 차관(왼쪽에서 여섯 번째), 유승직 온실가스 종합센터장(왼쪽에서 일곱 번째)

제도 초기 도입시 온실가스 배출거래제는 1톤당 57파운드였으나 점차 감소해 2파운드(약 3천 5백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탄소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기업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거래가 줄어든 것이었다.자발적으로 제도를 시행한 영국은 국가가 고정된 배출량을 정하고 업체가 이를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시행되었다.

이에 영국은 배출제한량을 2배로 상향시켰다. 그러자 영국 내 기업들이 자국보다 느슨한 목표를 설정한 EU-ETS로 전환했다. 영국은 자국내 배출원들이 등록절차를 통해 EU ETS와도 연계가 이루어 질수 있도록 제도를 지원하고 있는데, 엄격한 목표를 설정한 나라에서 느슨한 목표를 세운 나라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영국의 배출거래제는 강제가 아닌 임의이며 거래제에 직접 참여하는 업체들에게 정부가 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질 듀건은 제도 시행 초반에 수천 명이 공청회에 참여했으나 1년 후 2단계(phase2)에 돌입했을 때는 약 200명 정도의 트레이더(trader)들만 왔다고 했다. 하지만 영국은 이를 문제 삼기 보다는 기회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배출량제한이 상향되는 것은 유럽 역시 시간 문제일뿐이며 영국 금융업계가 국제 배출권 거래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질 듀건은 배출거래제 도입시 가장 문제시되는 기업경쟁력 악화에 대해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 영국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되는 추세다.

영국 온실가스 배출량 예측(2006, DEFRA)

시행 초기에 총량제한이 과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적은 양의 배출로도 합리적인 단가에 제품 생산이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질 듀건은 탄소가격을 높게 설정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동기(제도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탄소 가격 상승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탄소 저감을 위해 인력고용 및 설비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온실배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과 관련해 해외의 사례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던 이번 심포지엄은 17시 무렵에 폐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