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이번 환경부 국정감사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국감의 시간’은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환경부 국감의 도마 위에 오른 문제들 역시 1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혹시 기억이 잘 안 난다면 2013년도 환경부 국정감사 뉴스를 찾아보기 바란다. 작년 기사를 올해 기사처럼 그대로 복사, 붙이기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작년에는 기업인 17명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했고, 올해에는 19명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했다는 정도다.

 2014년 환경부 국감의 주요 주제 역시 작년과 비슷했다. ‘녹조라떼’로 대변되는 4대강 개발 문제, 기상청 부실장비 납품 문제, 저탄소차협력금제, 불산 누출사고 등 이 문제들은 올해 새로 제기된 문제들이 아니었다. 

4대강 개발 문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명박 정권에서 대표적으로 잘못한 문제다.
 기상청 부실장비 납품문제는 2011년부터 국감에 올랐던 것이지만 1심에서 패소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불산 누출사고는 2012년 경북 구미 불산 누출 사고, 2013년 경기 화성 불산 누출 사고, 2014년 충남 금산 불산 누출사고 등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 국정감사 날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저탄소차협력금제’는 2009년부터 추진되었지만, 자동차 업계가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해 2015년으로 미뤄졌던 것이었다.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는 CO2 저(低)배출 자동차 구매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고(高)배출차는 부담금을 부과해 수요이전을 통해 CO2를 저감하는 제도다. 올해 국감에서 5년 만에 부활해 이런 제도도 있었다는 기억을 상기시켜준 저탄소차협력금제는 2020년 이후로 시행이 다시 미뤄졌다.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한 가지 사실은 ‘진짜 도둑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4대강 개발을 밀어붙였던 도둑, 부실한 기상 관측 장비를 들여와 장비 납품 대금 문제로 거액의 소송비를 쏟아 붓고 있는 도둑, 매년 불산이 누출되어도 수수방관하는 도둑, 왜곡된 연구결과를 내놓아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시행을 고의적으로 연기시키는 도둑. 일명 ‘환피아(환경부+마피아)’라고 불리는 도둑들이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왜 이런 도둑들이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다산 정약용은 일찍이 목민심서를 통해 ‘토피아(토포군관+마피아)’에 대한 지적을 한 바 있다. 다산의 말에 따르자면 “토포군관을 중간에 끼지 않고는 도둑이 도둑질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다산이 지적한 ‘토포군관’은 조선후기 무관들로 도적을 체포하는 수사, 체포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도둑들이 훔쳐낸 장물들을 대신 팔아주는 ‘장물아비’ 역할을 했다. 장물 값이 10이면 그중 7을 군관들이 가져갔다. 게다가 감옥에 갇힌 도둑들에게 사닥다리를 주어 탈출을 돕기까지 했다고 한다. 

환경부는 환경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환경 분야에 대한 특별수사권까지 있는 ‘토포군관’이다. 환경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산적한(山積) 문제들을 해결하고 내부의 도적(盜賊)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비단 환경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종류의 토포군관들이 많다. 큰 권리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환경부 국감처럼 작년에도 했던 말을 반복하는 듯하지만 그래도 해야겠다. 환경부를 비롯한 토포군관들이 이번 국감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책임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