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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
<칼럼> 고위 간부회의에서 컴퓨터 화면 치워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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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재근 박사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 회장 |
우리나라에서는 근래에 정부 부서의 고위 간부회의 광경을 보게 되면 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모두들 회의보다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선진국들에서는 참석자들이 서로 가까이 앉아서, 어떤 곳에서는 탁자도 없이, 서로 마주보고, 컴퓨터 없이 논의한다. 왜 이렇게 회의하는 방식이 다른가?
회의란 2인 이상의 사람들이 미리 정해진 주제에 대해 대화를 통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목적으로 제한된 시간동안 하는 모입니다. 따라서 회의는 우연한 만남, 운동시합, 연주회, 파티, 시위 행위와는 다르다. 또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세미나나 토론을 하는 워크숍과도 다르다.
정부의 고위 간부 회의는 회의 결과가 국가 전체에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예측 능력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고위 간부 회의는 고도의 지적 사고가 요구된다. 사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서로 연계되어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실들 간의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회의 참가자가 제한된 크기의 화면에 떠오르는 자료에 의존하면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화면은 자료 작성자에 의해서 이미 의도적으로 사안이 조직되어(프레이밍,framing) 있기 때문에 준비 없이 참석한 사람은 그 범위를 넘어서기 어렵다.
예를 들면 폐수 30,000 톤을 용이하게 처리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도록 “막대한 양”이라고 제목을 달수도 있고 반대로 “3만 톤급 선박 1척 불량에 불과”하다고 제목을 달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한, 화면으로는 앞 페이지와 뒷 페이지를 동시에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의사결정 회의라기보다는 전문가 발표회가 되어 버린다. 담당자가 최선의 견해를 가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간부회의를 하는 것이다. 회의장에서 화면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사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결론을 내리면 결정에 따른 파급 효과와 영향은 회의 참석자들이 들여다 본 컴퓨터 화면에 들어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자주 있고, 이러한 경우를 예상하지 못한 의사결정으로 인해 사회적 피해는 더욱 참석자들의 사고를 제한할 수 있다.
회의 참석자가 회의 시작 전에 안건을 숙지하여 자신이 위임 받은 권한이나 책임에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를 검토한 후에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특히, 회의를 주제하는 의장은 더욱 그러하다. 통상적으로 회의 의장이 최종 책임자이다. 그런데 회의 의장을 맡은 고위 간부에게는 회의 후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왜냐하면 회의가 종료되면 화면도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서 결정한 조치들이 집행되었는지, 집행 중에 무슨 문제는 없었는지, 어떻게 수정하여 원래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아니면 보지 못한 문제가 있었는지를 점검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 회의는 하고 결정도 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이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책임 있는 당국이 할 태도가 아니다. 컴퓨터에 들어 있는 해당 회의 문서 파일을 다시 꺼낼 수는 있으나 이에는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고, 자료 자체가 흔적 없이 수정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간부 회의를 하면 의장은 책임을 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세미나의 피발표자와 같은 입장을 취하기 쉽다. 즉, “00을 해결하는 것은 XX 방적식을 푸는 것과 같다.”, “00은 너무 복잡해서 설명을 해도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쉬운 말로 하자”라는 고위 당국자의 말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말을 하는 당국자 자신이 해당00 사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은 자신들이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 이는 국가 사회에 큰 해악으로 작용한다.
최근 일본에서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사고 수습과정을 되돌아보면 공공부문에서는 시의 적절한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칸 일본 수상은 비상 피폭정보체계 “System for Prediction of Environmental Emergency Dose Information, SPEEDI)의 존재를 3월 11일 사고 발생 후 5일이 지난 3월 16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경보체제 SPEEDI로 예측하면 후쿠시마 사고 직후 방사성 낙진은 북서쪽으로 향하였다.
그러나 사고 초기 이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은 동계에는 바람이 남쪽으로 분다는 막연한 믿음에 근거하여 북쪽으로 피난을 하였다. 즉 방사능 낙진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방사능 작진이 가는 곳으로 간 것이었다. 전문적인 지식기반이 마련되어 있어도 이를 가동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올해 2011년은 영국의 러더포드(Earnest Rutherford)가 원자의 핵을 발견한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러더포드는 방사능 붕괴의 반감기 개념과 알파선, 베타선 등을 원자핵의 여러 가지 특성을 발견하였고 그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공로는 과학은 물론이고 원자폭탄, 원자력에너지로 연결되어 정치적, 경제적으로 우리 인류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러나 그가 금세기 최대의 발견을 물리학자들의 모임이 아니고 지역 사업가가 대부분인 영국의 멘체스터 시(市)의 문학모임에서 발표하였다고 한다. 즉, 정책결정자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이 누구든지 rlRJ이 파워포인트 없이 자신의 결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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