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사고가 생겼다고 해서 (원전이)안되겠다고 하는 것은 인류가 기술면에서 후퇴하는 것"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당사국인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이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 대통령의 생각대로라며 세계 각국이 기술면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뜻인데 과연 원전을 더 많이 짓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며 기술적 진보일까?
원전을 고집하는 쪽은 에너지 생산의 경제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 고갈이 예상되는 2050년 쯤 원전의 주 에너지원인 우라늄 역시 고갈될 것으로 보이며, 석유 매장량 감소로 인해 유가가 상승하듯이 우라늄 매장량이 감소하면 당연히 원전의 에너지 생산비용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원전이 더 이상 고유가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석유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진보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뿐만 아니라 원전은 한 번 가동되면 원전이 폐기되기 전까지 전기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전기 사용량이 낮은 심야시간대와 난방에너지가 불필요한 봄철에 남아도는 전기를 소비하기 위해 심야 전기난방 용도로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전기 잉여소비, 즉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데 잉여소비 전력량이 이미 발전량의 36%를 넘어서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을 토대로 현재 운영 중인 원전 20기 이외에 최대 13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원전 발전 비용이 타 발전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용은 사용 후 핵연료 처리비용과 원전 연구, 홍보비용을 제외했을 때 비용이다. 여기에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간 반경 수십 ㎢의 국토 면적을 포기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가만하면 원전 에너지는 태양광과 같은 대체에너지보다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될 수밖에 원전의 안전성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체르노빌과 달리 격납용기를 쓰고 흑연 대신 물을 냉각제로 쓰기 때문에 같은 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나 이를 보란 듯이 기술적 진보의 결과물이라던 후쿠시마 원전마저 대형 사고가 터졌다. 이를 두고 원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어느 국가도, 어느 누구도 원전에 대한 안전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당시부터 친환경 녹색성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성장 속도가 더뎌지더라도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로 친환경 녹색성장이다. 원전 정책의 재검토야말로 기술적 퇴보가 아니라 기술적 진보다. 적어도 잉여소비를 유발하는 에너지 낭비정책을 바꾸고,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하며,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전력 수송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 개발에 더 많이 노력하는 게 바로 기술적, 환경적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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