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aissance, 학문 또는 예술의 재생·부활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이 단어는 프랑스어의 renaissance, 이탈리아어의 rina scenza, rinascimento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르네상스는 중세시대 최고로 학문과 예술이 호황기를 누리던 시대였다. 5세기 로마 제국의 몰락과 함께 중세가 시작됐다고 본다면 그때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야만시대, 인간성이 말살된 시대로 파악한다. 르네상스는 중세 이전 사회가 잃어버린 가치를 채 발견하고 야만적 시대를 종결시키기 위한 부흥의 시작이었다.
현재 한국, 그 중에서도 서울시는 르네상스 물결이 한창이다. 서울시 홈페이지 보도자료 코너는 신속한 업데이트에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 통로다. 다시 개설되는 도로, 하천, 건설 등등. 전에는 어수선하던 간판들이 일렬정대로 진열되는 건물들도 그렇고, 날이 풀리면서 청계천을 다시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그렇고 겨우내 준비되고 있던 습지가 생태공원으로 개방되는 시기인 것도 그렇고 서울 곳곳은 마치 봄 청소를 하는 듯이 이곳저곳 똑딱거리는 변화들이 가득하다.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다. 건설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에서는 분명 일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폐허처럼 버려진 건설현장에 다시 인부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 그래도 한국 경제는 어떻게든 돌아가고 있구나’하면서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우리는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인가. 분명 기준은 현재 나타나는 변화가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느냐의 여부가 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 중 하나가 양극화다. 물론 같은 국민이라도 부유한 층이 있고 빈곤층이 정해 두진 않았지만 존재한다. 지역 차이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서울시 안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흔한 표현으로 강 남쪽과 강북의 경계선은 어떠한가. 한강 유역으로 도심지대로 각종 서울시 미학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강북의 지하철역, 좁은 골목들, 유흥지들은 부흥기가 찾아오고 있는데도 잠잠하다.
대청소의 시작은 과연 어디서부터 청소해야 하는지를 보는 것부터다. 엄마가 들어오시기 전 부랴부랴 책상 서랍 속, 침대 밑 속으로 내 잡동사니. 쓰레기들은 처박아두는 것이 청소는 아니다. 병원치료도 마찬가지다. 상처가 났을 때는 상처의 시작점부터 치료를 해야 한다. 속은 곪아터지고 있는데 윗부분에 아무리 깨끗한 거즈를 덮고 예쁘게 포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가리는 것이지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르네상스의 핵심은 회복이었다. 이전 시대에서 참혹하게 무시됐던 인간성 회복에 중점을 두면서 학문과 예술이 부흥기를 맞은 것이지 학문과 예술부터 꽃피웠던 것은 아니다. 우리의 르네상스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즐거운 소리 속에 다시 곪아지고 있고 뒤쳐지고 있는 지역은 없는지 우리는 살펴봐야 할 때다. 단순히 아름답게 꾸며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르네상스 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략하지 않으려면, 또한 외모지상주의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아름답게 하자란 주장 앞에 있는 대상에 더 고심해야 한다. 현재 가장 회복이 필요한 곳이 어딘가? 한강 르네상스가 회복을 가져올 것인지 양극화를 악화시킬 것인지 검토하고 또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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