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현저하게 증가하는 현상은 바로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지갑이다. 이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는 바로 가정 내 절약 현상. 가정, 직장으로 주문해 마시는 우유, 유산균 음료를 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한 달 5만원 안팎의 소비도 가게에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방문 판매량이 많은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문 가구 수가 매달 줄고 있다. 배들을 통해 야쿠르트의 31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수는 지난해 10월 258만 9000명에서 11월 253명 4000명, 12월 239만 7000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12월에는 13만 7000명이 배달을 끊었다. 지난 1월 주문 가구 수도 238명으로 전달보다 1만 7000명 줄었다. 가정 내 가계부 목록 중 거품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대폭 축소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비해 거품이 늘어나고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타이틀이다.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우리나라 내에서도 정부, 산업 등 각 분양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올해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면서 각 정부 기관이 내놓는 정책들의 첫 제목은 거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환경에 대한 각 분야의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점차 지쳐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 각 세미나 혹은 보고회에서 만나는 담당자들이 졸고 있는
모습이다.
굳이 환경 분야만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세미나 및 보고회에는 언제든지 프로그램 진행상황이 있다. 행사의 초반을 장식하는 환영사, 축사 등을 듣는 데 프로그램의 절반이 진행된다. 그래서 활기차게 시작한 세미나라 하더라도 개회식만 끝나고 나면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 같다. 환영사니 격려사를 하는 고위급 대표자들의 환영사, 격려사를 다 듣고, 또 배웅하고 세미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50대를 훌쩍 넘긴 담당자들이 앞 자리에서 졸고 있는 모습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석면 특별법 제정 토론회 현장에서 석면폐증을 앓고 있던 피해자가 마이크 앞에 서자마자 한 말이 있다. “우리는 환자입니다. 그런데 이 발언 하나를 하려고 2시간이 넘는 행사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늙고 지친 늙은이들입니다. 그런 우리를 각 지방에서 불렀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라는 발언에 국회 회의장은 순간 조용해졌다. 거품이 가득한 것은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형식에도 존재하고 있다.
환경 정책을 두고 각계에 여러 반응이 있다. 조속히 처리해서 실행해야 한다는 점과 늦더라도 차근차근히 살펴보고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 중 어느 하나가 옳은 것이냐를 논하기 전에 무엇이 더 실용적인가를 따져야 할 때다. 발표 준비를 하느라 각 교수들이 실질적인 연구를 하지 못한다면, 또 환영사를 준비하고 인사 다니느라 대표자가 방향을 고민할 시간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어쩌면 더 멀리 돌아가는 길을 지금 걷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경기가 안 좋아 각 가정마다 먹던 우유도 끊는 판국에 행사의 형식을 지키느라 소비하게 되는 경제적 부분도 낭비라는 평가를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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