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에 上善如水란 말이 있다. 노자는 善에는 상선, 중선, 하선이 있는데 그 중 최고의 선인 상선은 물과 같다고 한데서 나온 말이다. 이는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물의 본질적인 자세를 배우라는 뜻으로 물의 덕을 익히면 도에 이를 수 있다고 하였다. 물의 덕으로 첫 번째는 물은 낮은 데로 쉬지 않고 흘러간다는 겸손의 덕을 말하고, 물은 남과 싸움을 하지 않는다는 부쟁의 덕이 두 번 째고, 물은 만물을 生하게 하고 이롭게 한다는 상생의 덕이 세 번째다. 마지막으로 물은 변화무상하다는 변화의 덕이다. 이처럼 세상만사가 물 흐르듯 이룰 수 만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선 물은 일정한 모양이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과 도움을 주면서도 결코 자기 지분이나 모양을 결코 고집하지 않는다. 그 저 담기는 그릇에 따라 자기 모양을 만들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이로움을 만들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물은 부닥치면 흩어지고 돌아갈망정 환경에 순응하는 적응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결코 물러서지를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토록 추구하는 높은 곳을 향한 집념이나 집착을 마다하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겸손함도 가지고 있다.
더러움을 피하지 않고 함께 뒤섞여 자신을 희생시키면서 더러움을 없애주는 자정능력과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평탄한 흐름에서보다 가파른 협곡에서 더욱 큰 힘으로 힘차게 뻗어가는 용맹성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우나 범하기 어렵고 약하지만 강한 것을 이기고 그 흐름이 겸손하기 그지없으니 인간들이 가져야 할 덕목을 물은 도의 본체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개개인의 사는 모습과 정치판, 사회 풍조는 어떠한가. 매사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남의 흠 찾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나 아닌 다른 이가 항상 모든 잘못의 책임이 있다.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자기만 옳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가 그렇고 사회 경제 모두가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불신 속에 서로 속이고 속아가고 있는 실정에 노자의 물에 대한 가르침이 무색하다. 중국역사에 가장 태평성대를 누렸다는 요순시대에는 정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면서 백성들이 살았다고 한다. 바로 정치는 물 흐르듯이 부드럽고 조용하며, 백성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 때 그것이 바로 정치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물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왜 이처럼 시끄럽고 혼란스러운지 모르겠다. 남 탓만을 외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모두가 남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한 상대들이 투쟁을 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계층 간에 갈등이, 세대 간 주도권 쟁탈전이, 지역 간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정치판은 국민과 멀어지고 동네 시장잡배들 보다 못한 욕설과 아집이 난무하는 정치판을 바라보는 힘없는 서민들의 마음은 울분조차 쏟아 낼 곳이 없는 것이 지금이다. 이런 때일수록 노자가 주장한 上善如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많은 공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옛사람들의 정치철학이 더욱 마음에 와 닫고 그리워지는 것이 나만이 가지는 마음일가. 과거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은 공동묘지만 보지만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는 사람에게는 과수원의 열매를 기약 할 수가 있다고 했다. 매 정권이 들어 설 때마다 과거를 단절하고 개혁한다고 아우성치고 수년간 진행된 국책사업들이 지연되고, 공론화 되는 우리정치의 서글픈 현실을 보면서 우리는 너무 과거에 집착하느라 미래를 못 보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것에 더 이상 국력의 소모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섭
경기환경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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