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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
<칼럼> 산을 즐기기보다 지키려는 마음이 먼저다 장인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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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에서 가을을 즐기려는 인파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의 가을 풍경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다. 그 중 백미는 가을 단풍이다. 전라도 정읍의 내장산, 강원도 설악산, 경상도 가야산 등은 단풍 관광지로 손에 꼽힌다. 예부터 등산은 지친 자연을 느끼며, 심신을 닦을 수 있는 최고의 호연지기형 여가활동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익히 들어온 등산에 관한 일반적 통념이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의 머릿속에 등장하는 풍류와 낭만이 지금도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 주말이면 모여드는 등산객에게 그러한 정서가 모두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의 풍류는 좀 달라 보인다. 여름 피서기간에 향락객의 추태가 미디어를 장식하는 장면은 매년 우리가 보는 고정화면이 된지 오래고, 등산의 문외한이 간만에 산을 오른들 눈을 의이하게 하는 장면은 비일비재하다. ‘산이 거기 있기에 산에 간다.’는 오랜 명언처럼 산을 대하는 이는 점점 사라지고, 산은 레저와 사교의 장이 됐다. 산이 레저의 공간으로 생각되어지면 그에 따른 부산물이 따라오게 되는 건 당연하다.
우선 술이 그렇다. 옛 선인의 풍류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품목을 배웠나보다. 정상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갈증을 푸는 산도 있으니. 그것은 애교로 봐줘야 하나 싶다. 그 한잔이 부주의를 낳고, 부주의는 작건 크건 자신의 안전을 위협한다. 다음은 담배이다. 산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땀을 식히며 피는 담배는 흡연자들에게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이 부분 여러 사람이 불편한 부분일 것이다. 그들 모두 그 작은 불씨가 일으킬 재난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은 아닐 거라는 막역한 믿음, 여기서도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쓰레기 문제다. 많이들 나아졌다고 한다. 자신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고, 여러 캠페인의 효과도 나타나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산 초입의 유원지 문화나 식당 문화는 생활폐수와 쓰레기 폐기 문제에서 나아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등산 문화의 시발점은 산을 레저의 공간으로 생각하는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레저는 삶의 피곤함을 되살리려는 행위의 수단일 수도 있겠지만, 단순 오락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허나 안타깝게도 산은 이제 치유의 공간이다. 등산객 개개인에게는 가야할 산도 많고 푸른 산림천하겠지만, 국토 전반에 걸친 산은 이미 지치고 병들어 있다.
산을 가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작은 인식의 변화를 되새겨 보자는 뜻이다. 산을 즐김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지켜주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자는 의미이다. 나보다 큰 자연의 일부에서 나를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주체를 내가 되는 산과 자연을 즐김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나의 즐거움을 추구하게 되고, 그건 어떤 식으로든 폐해가 나타난다. 반면에 산을 상처받은 경외의 존재로 보면 나를 버리고 겸손으로 돌아가는 하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다. 내려와서 잊을지라도 한 번 자연 앞에서 배우는 겸손은 그 깊이가 남다르다. 산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산을 지킬 수는 있다.
내 마음의 작은 자세가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산을 다닌다는 것은 최소한 그 공기, 풀내음, 나무, 계곡 물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이런 소리들이 침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가 생활 속에서 가장 가까이 하는 등산의 작은 매너부터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등산에 앞서 변화될 작은 행동 준비와 마음가짐을 가질 때, 산은 지금보다 나은 자연의 향기를 넓은 품으로 우리에게 선사할게 분명하다. 즐김을 추구하다보면 산이 오래가지 못하고, 지킴을 추구하다 보면 즐김도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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