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럽고 우아한 취미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화단을 꾸미고, 식물을 기르는 일은 손이 많이 가고 여러 가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는 취미보다는 즐거운 노동에 가깝다.
바쁜 도시생활에서도 그렇고, 도시 집약적으로 아파트 생활자가 대부분인 도시인들은 아파트 베란다에 화단을 꾸미면서 작은 공간에서나마 자연을 접하고픈 정서를 표현한다. 작에나마 만들어진 수풀림을 보며 쉬고 싶은 생각이나. 심신의 안정을 찾으려는 노력일 수도 있다.
사업을 시작하거나 가게를 차리는 개업식에서 인사를, 또한 삶을 살아가며 일어난 경조사나 병문안에서 우리가 가장 흔하게 하는 축하와 위로의 선물이 꽃과 화분이다. 프로프즈를 꿈꾸며 샀건, 축하나 위로를 위해 선물로 보냈건 살아있는 식물의 의미는 그 생명력과 성장에 대한 바람, 때론 마음의 평안을 위한 위로일 것이다.
이러한 고귀한 생명력이 다할 때 사람의 희망과 위로를 품었던 선물의 유효기간도 끝난다. 여기에 이젠 꽃 선물, 화분 선물 자체가 부담이자,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경조사에 뿌려지는 값비싼 화환과 다양한 화분들은 처리가 곤란해 다시 돈으로 바꾸거나, 버리거나, 집으로 가져가면 방치되다 자연스레 죽어버린다. 생명의 경시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 그러게 얘기하는 건 지나친 생태주의이다. 지금 말하는 건 낭비와 형식의 문제이다. 행사장에서 보이는 화환과 화분의 수가 그 사람의 인간관계와 현재 사회적 능력평가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선 자체가 우리 사회의식의 천박함을 나타내고 있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을 관례로 이어질 게 틀림없어 보인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남의 시선에 좀처럼 자유롭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작은 생활의 인식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어느 결혼식에서 봤던 “화환을 받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참신해 보인다. 그 편이 실용적이라고 대부분이 공감한다. 화환은 일회성이고 과시적이다. 화분도 많은 이들이 식물을 가꾸는 취미를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인사의 성격에 비해 여운의 효과가 미비하다. 꽃은 좋아하는 이에게 전달됐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화훼를 좋아하고, 화환에 뿌듯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인사가 그게 아니라면 정중한 거절의 표현이나 다른 유용한 선물을 요구하자. 그건 뻔뻔한 게 아니라 현명함이다.
선물이 그 사람의 필요하지도 않고 감동도 줄 수 없다면, 이미 선물이 아니다. 버려지는 화분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말라는데 목소리를 내고 싶다.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고 싶은 방법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도 할 수 있다. 진정한 인맥이라면 다들 알고 있으리라.
화분 없는 사무실은 깔끔한 사무실이고, 화환 없는 식장도 외롭지 않다. 넘치는 화분과 버려지는 화환이-심지어 다시 돈으로 바뀌는-말해주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시선이 문제일 뿐이고,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시선에 매번 발목이 잡혀 쓸데없는 소비와 과시욕의 주체가 되어 있는 나만 남는다.
검소해지자는 말이 나이다. 요즘 많이 쓰는 표현처럼 실용적이 되자는 말이다. 생명을 단순한 즐김이 아니라 노동으로 보살필 주인에게 줄 때 그 생명은 값은 의미가 있다.
무분별한 행사장 앞의 녹색식물들과 화려한 잘라진 꽃송이 들을 보며 “저거 다 어떻게 처리하지?”라며 든 의문이 여기까지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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