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길을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은 다양하다. 상념에 젖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을 경우를 빼면 사람, 차, 가로수, 빌딩, 길 간혹 하늘을 보는 이도 있으리라.
자신이 하는 일에 따라 보는 것도 정해지기도 한다. 패션업에서 일하는 이는 거리 남녀의 옷차림에, 건축업에 종사하는 이는 사방의 건축구조에 시선을 던질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사고에 시선도 제한 받을 수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도 있는 이기적인 시선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환경관련 글을 쓰다 보니 길을 걸으며 다니는 눈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자문해보다 문득 청명한 하늘도, 자동차 매연도, 아닌 길거리를 휩쓰는 쓰레기가 눈에 들어오고 있음을 자인해야겠다. 눈이 고상하지 못한 주인의 노동에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부턴가 쓰레기통이 사라졌다. 곳곳에 드물게 찾을 수도 있지만. 그 수요가 쓰레기를 손에 언제나 들고 다니는 시민의 그것을 만족하지는 못한다. 내용과 상관없이 각종 홍보와 광고 전단지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안타까움은 그 수를 길바닥에서 확인하다는 것이다.
서구화된 길거리 커피 문화 속의 각종 커피 용기들은 손에서 이상하게도 쓰레기통이 아닌 화단 위에 있다. 음료수 캔도 매한가지다. 길과 가로수, 하수구 구멍, 차로를 점령한 담배꽁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모든 후미진 곳에는 그것이 있다.
이런 모든 모습을 부족한 시민의식 문제로만 얘기하기에는 진부한데나 해결책에 한계도 있고 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시민의식의 선진화를 애기하지 이전에 자신의 손에 있는 쓰레기를 처분할 대책이 거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관상의 이유로, 지하철 등에서는 테러 대비와 같은 안전상의 이유로 사라진 쓰레기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커피를 먹지 말라고, 전단지를 받지 말라고,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건 지나친 규제이고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제는 전시행정의 폐단이 낳은 지금의 길을 회복하는 새로운 형식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은 녹색 도시 디자인에 미친 듯이 힘을 쏟고 있지만 막상 우리가 다니는 길, 자주 거니는 길 어디에 녹색거리의 이미지가 깃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번듯한 외관 뒤에 감춰진 우리의 모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쓰레기 더미 위에 세워진 녹음 창창한 가로수가 녹색 도시의 위용을 자랑할 수 있을지, 빈 커피 잔으로 꾸며진 화단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팝 아트(?)적인 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유해 광고전단지가 디자인 거리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 디자인 좋아지고, 녹색환경도 좋아지면 좋겠지만 그에 앞서 깨끗해지는 것이 그 둘보다 못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환경미화원의 거리 청소도, 계도할 수 있는 시민의식도 곳곳에 설치될 쓰레기통의 필요와 다르지 않다.
너무도 많은 거창한 사업에 비해 예산도 적게 들고 효과도 클 것이라 자신한다. 디자인 도시를 외치고 싶다면 쓰레기통을 예쁘게 만들면 될 일이다. 웃음이 나온다. 막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좋아지지 않았는데 푸르른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과 외침은 넘치기 때문이다. 공허하다. 방바닥 청소도 하지 않은 채 방향제 뿌리고, 책상 정리하고 방문 세련되게 꾸몄다고 들어온 손님이 자리에 앉고 싶지는 않을 게다. 본인도 스스로 방에 앉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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