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정감사에서는 예리한 질문과 풍부한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스타 국회의원들이 있었다. 그들의 질문에 피감기관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지켜보는 국민들은 통쾌해하며 박수를 쳤다. 13대 국회초선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고, 이해찬 의원, 권오을 의원도 국감을 통해 국감스타라는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국감은 초선의원들에게는 이름의 인지도를 높이고,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다. 중진의원들에게는 정치적 입지와 의정활동의 성실성을 인정받기 위한 홍보의 장이다. 여러모로 국회의원들에게는 기회의 장이다.
18대 이번 국회를 보고 말들이 많다. 경제위기와 혼란 속에 국감이 묻히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스타도 없고 내용도 부실하다는 평이 중론이다.
정치권과 공직사회 전반으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쌀직불금 문제를 제기한 농림위 한나랑당 정해걸 의원이나, 법사위의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검찰 감사와 초선의원으로는 정무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이 눈에 띈다. 최대 격전지 문광위의 최문순이나 장세환 같은 의원들이 활약을 하고 있다. 물론 자신의 실력과 존재감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자리에서 최선의 준비를 했겠지만 국민의 시각에서는 국감이 불만족스러워 보인다. 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의 자질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의원들도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국민의 대표임을 자처하는 국회의원이 당리당략에 휩싸여 최소한 논리도 갖추지 못한 채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주부를 다그치는 모습이나, 주부의 답변내용보다도 안하무인식의 질의나, 내용도 없는 이념적인 색깔 논쟁으로 질의 시간의 전부를 써버리는 것에서부터 진정 이들이 피감기관들의 실정이나 비리를 파헤쳐 공익에 충실하게끔 하려는 있는지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충분한 자료조사를 하지 못 햇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추궁을 위한 추궁, 비난을 비난이 넘쳐난다. 여당 의원들이 피감기관 감싸기는 선이 넘은지 오래고, 야당의 공세는 무딘 칼자루 같다. 양쪽 모두 국민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소한의 표현의 예의와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갖추지 못한 행동과 질의를 보며 국민이 찍은 한 표에 회의가 들게 한다.
아직도 국감은 진행 중이다. 의원들의 각성과 분발도 촉구하지만 먼저 품격 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목소리 크다고, 삿대질하며 액션을 보인다고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으며, 날카로워 보이지도 않는다.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진 이상 그에 걸맞는 진화된 표현과 내용을 연구해 볼 일이다. 기자실에서 질의응답을 듣고 있다가 헛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소리는 치는데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감사준비를 안 했거나, 할 말이 없어서다. 그런 의원들이 목소리가 제일 크다. 호통도 가장 크게 친다.
오락프로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 임무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일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자리이다. 진정한 국감 스타가 되고 싶다면 목소리를 낮추고 논리로 무장하라. 카메라에 잡히지 않고 신문에 기사가 나가지 않아도 조용한 성실함은 그 힘이 크다. 이미지 과잉의 시대이다. 이럴 때는 절제가 눈에 띈다. 무뎌진 칼날을 다시 갈아 국정감사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자. ‘사회를 위한 비판’이어야 하고 ‘국민은 위한 국감’이어야 하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온다. 공익을 위해 대변하는 자리에서 상대를 논리로 비판하고 추궁하고 싶다면 내 자신의 논리가 무장되어야 하고 내 감정이 먼저 조절되어야 한다. 목소리 크면 이기는 게 아니라 목소리가 커지면 이미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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