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에 규제도 자율도 능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방향이다.
전경련은 산업계 전반에 기후변화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총량할당에 의한 강제감축이 아닌 자발적 협약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사업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기업 189개를 대상 중에 91.5%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하여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에도 적극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업들은 환경의 중요성과 생산단계에서의 탄소저감 노력 등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지금 불고 있는 환경 이슈가 녹색성장을 말하고 있지만 규제 일변도의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우선 제조업 분야에서 시설교체로 인한 비용부담이 크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과 노하우 축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선진국 무역규제 강화에 따른 수출악화와 원가 부담이 증가된다는 것이 주요 이유인데 이는 갑작스레 벌어지는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오랜 시간 만들어진 기초 인프라가 없는 상태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석유화학, 철강, 발전 관련 주요 기업들은 빠르게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을 추진하거나 계획 중이지만 산업계 전반을 두르고 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들의 눈치나 법적 규제에 걸리지 않을 기반을 다지는 선에서 그 힘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정부가 말하는 21세기형 신산업동력으로의 성장이 어떠한 실효성을 거둘지는 자명하다.
이번 설문조사가 말하는 바는 간단하다. 의미는 알겠지만 대내외적 경제난 속에 의미를 추구하기에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녹색 성장이 자율로만으로 보장될 수 없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쏟아지는 정책과 캠페인이 고려해야 할 부분은 더욱 세밀해져야 한다.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정부에게 바라는 점으로 정부 간 일관된 정책 추진, 강제적인 감축 지양 및 산업계의 자율적 감축노력지원을 꼽았다. 이 말은 곱씹어 볼만하다. 환경이라는 담론 앞에는 모든 정부 부처가 관련되어 있다. 이들의 일관성이 현장의 혼란스러움을 정리할 수 있다. 강제성을 벗어던진 자율성의 지원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규제보다는 자율이 언제나 그 효과가 크다. 지금 정부는 녹색과 환경, 감축, 신성장이라는 표현들을 잠시 거둬들이고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세미나와 포럼, 토론회는 의견수렴의 과정이 아니라 정부의 속도에 구색을 맞춰야 하는 강박에서 열리는 것 같은 인상이다. 그 내용도 부실하다. 비판은 없고 당위만 있다. 이런 식으로 선진국형 녹색패러다임을 갖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연일 날아오는 세계적 변수 앞에 국가적 문제의 우선순위를 매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동시에 많은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자. 일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이 있다. 온실가스 규제도 필요하고, 저탄소 녹색성장도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몸으로 와 닿는 우선과제는 물가안정과 경제 활성화다. 재건축, 재개발, 그린벨트 해제를 수시로 말하는 대통령이 환경도 생각하겠다며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은 욕심이 지나쳐 보인다. 그 진의를 오해하지 않겠지만 속도와 방향의 순서를 정하는 것은 어떨지 말해보고 싶다.
의식과 방법의 기초가 없는 곳에 환경을 세울 수는 없다. 환경은 다시 세울 수도, 다시 개발 할 수도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규제가 능사가 아니듯, 자율도 능사가 아니지만 현재 속도와 방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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