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각종 공사(公社)의 민영화가 선언되었다가 철회되기를 여러 번이다.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여 앞으로 다가올 세계 경쟁력에 대비하고자 시작한 공공기관 민영화 사업은 기관의 성격에 따른 여론의 향방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미 지난 6월 국민들의 기초생활과 밀접한 4대 부문인 물·가스·전기·의료에 대해서 민영화는 없을 것이라고 여당과 청와대에서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을 9월에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밝히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이제껏 추진해온 ‘물산업지원법안’의 다른 이름일 뿐이며 상수도 구조개편과 민간위탁이 그 내용이다.
다른 부문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운하를 필두로 우리는 이미 세게 각국에서 시행 후 타당성을 평가 받지 못해 이미 사행의 길을 걷거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정책들을 부득이 뒤따라가는 형국의 상황이다. 필리핀은 수도민영화로 수도요금이 400% 상승했고, 영국은 수도민영화 이후 수도요금 450% 오르고 기업이익은 700%까지 상승했으며 초기 5년간 단수 가정은 3배나 늘었다. 프랑에서는 요금이 150%가량 올랐으며 수질은 더욱 떨어져 상수도 직영관리를 추진하는 실정이다. 곳곳에서 이러한 실례들이 보여 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무슨 연구 자료를 기초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미 한국수자원공사는 전국적으로 13곳에 민간위탁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수질개선과 수도요금이 인하 되고 있다는 결과는 지금어디에서도 보고되고 있지 않다. 공공재에 대한 민간 기업으로의 위임이 공공서비스와 공공재화의 질을 향상 시킬 것이라고 믿는 것은 대단히 순진한 발상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식을 십분 발휘한다고 해도 현 수질 이상의 현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선 국민의 상수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고, 정수기나 생수 사업의 성장이 반증하듯이, 농어촌의 상수도 보급률 또한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요금인상 시에 있을 소외계층에 대한 대비책과 현황 파악이 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의 수도 민영화는 그 효과와 소비의 대상이 불분명해지는 정책일 뿐이다.
공기업 선진화가 민영화 밖에 없다는 식의 단순한 등식을 버려야 한다. 민영화든 민간위탁이든 그 정부 입장에서 그 목적은 같다.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지자체의 관리 아래에서도, 공사 체제 아래서도 경영 내실과 상수도 질을 보장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스스로 정한 바를 이루기 위해 언어 변용으로 법 개정 밀어붙이면서까지 국민을 호도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언제나 성과는 정책이 아니라 의식에서 나온다.
국민이 상수도에 합리적 가격과 수질에 대한 사회적 의식기반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원론적이지만 우선이다. 기본을 무시한 정책은 허상이고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것은 정책실행의기본이다. 물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공공재이다. 어디에 소유되고, 어디에 배급되어지는 것이 아닌 국민 모두 고루 누리고 이용되어야 할 생명수이다. 무엇을 얻고, 누구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물의 공공성을 포기하려 하는가. 21세기 물을 팔아 이익을 본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굳이 정부가 만들려고 노력하는 시간에 지금이 시스템에서 더 많은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연구를 지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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