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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고공침투
김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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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7.28  0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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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송언론을 장악하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고공침투와 십자포화가 도를 넘고 있다.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 사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 특보를 지낸 전 진주MBC 사장 정국록씨를 임명했다. 이어 YTN에는 역시 방송특보 출신인 구본홍 내정자를 예정했고, 다음은 KBS 정연주 사장 퇴출로 또 다른 측근을 앉히려고, 전 방위 노력도 모자라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하고 있다. 이미 알게 모르게 여러 부문의 정부산하 공기업에 낙하산 부대가 연착륙했고 예정되어 있다.

지난 17일 YTN은 용역을 동원해 주주 자격의 조합원들마저도 가로막고 1분여만의 날치기로 구본홍 사장 선임을 통과시켰다. 이에 노조는 주총 의결을 인정하지 않고 사장 출근 저지로 투쟁을 계속할 것을 밝혔다.
언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유·무형의 폭력적 사태는 심히 우려스럽다.
줄줄이 이어지는 낙하산들과 이를 침묵하는 일부 보수 언론들, 제일 먼저 선착한 방송통신 심의위원회 최시중 위원장, 같은 이념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조직의 언론장악 수순은 잘 짜여진 연극 같다. 해외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사프로그램 압박 수사를 비롯해 헌법을 초월한(?)듯한 정부 고위관료의 현 상황에 대한 무책임한 궤변은 오랜 투쟁 끝에 언론민주화의 풍토를 만든 언론계를 초토화 시키려 하고 있다. 이미 존재한 사회적 문제들의 처리 절차에도 문제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는 중인데도, 전선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사회 전반이 소통이 무시된 절차의 혼란에 빠져있다.

전쟁에도 국제적인 최소한의 합의가 있고,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전투에는 무원칙, 무도덕이 판을 친다. 이 시대 무엇을 얻기 위해 이런 일방적 절차가 필요한 것인가.
사회는 원래 대립되는 세력들의 투쟁의 장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회와 언론계에서 벌어지는 소통 없는 대립의 원인은 추구하는 이념 방향의 문제가 아닌 합리적 절차의 부재라는 것이다. 토론과 설득의 과정이 없는 막말과 강압만이 두드러진다.

측근 인사로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은 대통령이 이토록 묵묵히 귀를 닫고 이끄는 추진력은 가히 건설회사 CEO의 경험을 십분 보여준다. 결과만 좋으면 좋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자신의 선견지명만 믿고 따라오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님 환경을 볼모로 추진했던 청계천의 가시적 성과를 이 나라를 통해 구현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익숙한 모습이다. 언론사를 낙하산 투입으로 장악해 의도된 여론을 이끌어 얻으려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던 경제발전요소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모든 공기관장과 언론에 MB정부의 철학을 가진 이들을 앉히면 어떠한 세계정세 변화 속에서도 우리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두렵다. 단순무지한 생각에 일을 쉽게 할 수도 있겠지만. 비판도 견제도 없이 그저 우매한 대중이여 따라오라 듯이 이끄는 국정이 어떨지 기대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우민론(愚民論)은 21세기에도 여전한가 보다. 피디수첩 방송 하나만으로 인해 국민이 호도되어 촛불집회가 일어났다는 인식이니 억지로 한다면 이해도 가능하다.

현 시대 거대하고 힘찼던 시민의 소리와 행동을 듣지 못하는 정부의 속 깊음을 한낮 필부가 어떻게 헤아리겠냐마는, 그 진의와 별도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합의과정의 민주적 절차만이라도 보여 달라는 작은 뜻을 전하고 싶다. 절차가 민주적이고 의도가 불순하지 않다면 그들의 정책이 매번 이와 같은 저항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다.

조급한 마음이야 이해한다마는 화장실에서도 지켜야하는 공중도덕과 질서를 기대해본다. 전쟁 같은 사회의 공론 장에서 달리 순화된 말을 쓰지 못하고 군사적 의미를 담은 언어들을 쓰게 돼 심히 부끄럽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전쟁터를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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