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신고서를 UN에 제출하는 등 핵 폐기에 따른 마지막 수순을 밟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에게 전달된 이 신고서엔 그동안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의 양과 사용처, 영변 원자로를 비롯한 핵시설 목록이 담겨있다. 핵 폐기를 위한 마지막 수순이다.
이 핵시설 제출과 동시에 미 행정부는 북한을 적성국교역법에 따른 제재대상에서 해제하고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절차에 착수한다는 의회에 통보했다. 이로써 북핵 문제는 ‘2·13 합의’에 따른 ‘핵시설 폐쇄’단계를 거쳐 ‘핵시설 불능화 및 신고’라는 2단계를 마무리 짓고 마지막 3단계인 ‘핵 폐기’로 넘어가는 중대 국면에 진입했다.
북한은 핵 폐기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CNN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당장 신고내용을 검증해야 한다.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양과 미국이 추정하고 있는 양 사이의 불일치가 납득할 만한 범위에서 규명되지 않을 경우 테러 지원국 해제는 물론이고, 3단계 진입도 어려워진다.
우리는 그동안 남북 교역에서 북한의 식언을 혜일 수 없이 많이 체험해왔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북측의 일방정인 계약위반으로 차질을 겪었고, 식량원조도 가난한 북한의 경제를 돕기 위해 순수한 원조행위였지만 배고픈 주민은 아랑곳없이 군수용으로 전환하는 등 속임수와 거짓으로 일관해왔다. 핵 문제 협의를 위한 6자 회담도 북측의 비협조로 수난을 겪었다.
유엔은 이번 북한의 신고내용을 검증해야 한다.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양과 미국이 추정하고 있는 불일치가 납득할 만한 범위에서 규명되지 않을 경우 테러 지원국 해제는 물론이고 3단계 진입도 어려워진다.
검증 작업에 북한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오느냐도 관건이다.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문제를 신고서에 포함시키지 않고 북·미 간 별도 비밀문서로 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 내 강경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변수다.
보유한 ‘플루토늄’양(量)도 검증돼야
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핵무기가 신고 대상에서 빠져있는 점은 우리로서 가장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핵무기는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돼 있고, 북한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설명이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마디로 모호한 상태다. 은밀히 감추어놓은 핵무기가 빠진 핵 신고가 자칫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임기 말 외교 치적용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우려를 감출 수 없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 까지 폐기될 때 비로써 완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정부로서도 그동안 겪어온 북한의 불성실한 태도를 언제까지나 묵과하고 방치할 수는 없다. 남북한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대화를 통해 의견을 접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작금의 핵문제는 북한이 은밀히 보관하고 있는 플루토늄 양을 검증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남북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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