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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한국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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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2.18  0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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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저녁 방화로 서울에서 현존하는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숭례문이 전소됐다. 600년 동안 밤낮 가릴 것 없이 제자리에서 조선의 상징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했던 숭례문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양녕 대군이 쓴 현판이 떨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 붉히고,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신속히 진화되길 바랐던 시민들의 소망과 달리 소방당국이 5시간 넘게 진행된 작업에도 숭례문 붕괴를 막지 못했다.
목격자들의 적극적인 제보에 통해 방화 용의자는 하루 만에 검거될 수 있었다. 방화 용의자 채모씨는 사회의 불만을 품고 2006년에도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렀던 전과자였다. 과거 사건을 저질렀던 범인이 접근하기 쉽게 문화재는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 경비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항상 있었다. 이번에도 말만 국보 제1호일뿐, 그에 걸 맞는 안전ㆍ경비 시설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초기 진압에 실패한 소방당국과 관리를 맡고 있는 문화재청 모두 책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지적들이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터져 나오자 그제 서야 정부는 다른 문화재들의 안전ㆍ경비시설을 보강하고 있다.
학회와 시민단체들은 정부에게 “문화재 화재예방체계에 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국보는 문화재에 대한 다양한 화자의 예방에 철저한 대비책 없이 개방을 한 전시ㆍ과시 행정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 주장했다.
문화재 화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4년 4월 3일 보물 ‘쌍봉사 대웅전’ 소실, 2005년 4월 5일 ‘낙산사 화재’등 아름다운 문화유산들이 화재에 의해 많이 사라졌음에도 정부의 안일한 문화재 관리와 책임 회피로 인해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전소되는 참사를 만들었다.
문화재의 무성의한 정부의 태도는 보험료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자동차 보험료 절반 수준으로 보상비는 고작 95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의 가치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현실이 슬픈 뿐이다.
매번 이런 일을 생길 때마다 무조건 정부만 비판할 수 있는 일 만은 아니다. 우리 시민도 조금의 책임감을 느껴야 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여러 가지 문화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문화시민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문화재 환수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일본 시민들이 문화재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본은 정부기관에서의 관리 차원이 아니라, 시민 자체가 가까이에 있는 문화재를 자신 집처럼 아끼고 보존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들은 문화재를 무조건 정부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보존해야 되는 것,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것이 문화재인지 조차 모를 만큼 아무렇게나 방치해두고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숭례문을 복원하려면 약 200억 정도의 예산이 든다고 한다. 겉으로의 원형은 복원될 수 있지만, 그 속의 600년이라는 세월의 장중한 무게와 위용을 다시 재현할 수는 없다.
이번 일로 인해 우리는 우리나라 문화재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문화재들 지키고 보존하는 길은 정부, 학회,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환경법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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