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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서울의 봄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이미 폭염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2도 높을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열대야 주의보와 폭염 중대경보가 새로 도입된 첫 해가 바로 올해다. 동시에 국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6 보고서에서 한국은 67개국 중 63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보급, 에너지 효율 부문에서 ‘매우 낮음’ 평가를 받은 것이다.
정부는 “2030 NDC 책임 이행”과 “녹색 대전환 원년”을 외치지만, 현장은 여전히 “정책이 작동하느냐”는 근본적 의문에 갇혀 있다.
한국의 탄소중립 여정은 2050년 목표를 향한 장기 로드맵이지만, 2026년은 그 중간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평가받는다. 녹색전환연구소의 ‘2026 기후·에너지 10대 전망’ 보고서가 지적하듯, 탄소예산 고갈이 임박한 가운데 AI 데이터센터·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 폭증이 겹치면서 에너지 구조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3년 약 8% 수준에서 2030년 21~30% 목표를 향해 가야 하지만, 실제 진척은 더디다. 석탄발전 의존은 여전하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조차 파리협정 1.5도 경로와 “중대하게 불일치”한다는 국제 비판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위기가 단순한 숫자 게임이 아니라 국민 삶에 직접 닥치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이미 폭염 일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온열질환자 수가 급증했다.
올해는 폭염 중대경보(기존 경보보다 강도 높은 수준)가 신설되면서, 취약계층(노인, 야외 노동자 등)에 대한 민생 대책이 절실하다.
동시에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6년 26㎍/㎥에서 2025년 16㎍/㎥로 개선됐지만, WHO 권고 기준(5㎍/㎥)에는 여전히 멀고, 봄철 황사·미세먼지 계절관리제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기후부는 2040년 WHO 기준 이하 달성을 장기 목표로 내걸었으나, 산업 배출원과 수송 부문의 근본적 저감 없이 달성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 2026년은 더 이상 “논의의 해”가 아니라 “실행의 해”여야 한다. 첫째,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역 주민 참여형 모델(수익 공유, 공동 출자 등)을 대폭 확대하고, 송배전 인프라 투자를 국가 과제로 끌어올려야 한다.
둘째, 산업 부문의 95% 무상 할당 관행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탄소가격 신호를 강화해 진정한 저탄소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셋째, 기후 적응 정책을 민생 중심으로 재설계하라. 폭염·홍수·가뭄 대비 인프라 확충, 기후보험 도입, 취약계층 지원을 범부처 차원에서 총력 추진해야 한다.
넷째,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라. 기후시민의회나 지방선거에서의 기후·복지 쟁점화처럼,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서울 거리에서 느끼는 미세먼지, 여름철 찜통더위, 전기요금 고지서의 무게가 바로 그 증거다. 정부가 “녹색 대전환”을 외치면서도 정책이 현장에 착지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세대 간 책임 방기다. 2026년을 기점으로 한국은 진짜 탄소중립 선도국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국제 사회의 꼴찌에서 헤매는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말뿐인 선언이 아니라, 국민 삶을 바꾸는 실천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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