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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의 한국 사회에서 환경 문제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일상의 조건이 되었고, 환경 정책은 더 이상 미래를 대비하는 계획이 아니라 현재를 관리하는 능력의 문제로 바뀌었다. 폭염과 집중호우는 계절의 예외가 아니라 전제가 되었고, 미세먼지와 전력 수급 불안, 지역별 환경 격차는 반복되는 뉴스가 아니라 구조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환경 대응은 여전히 ‘과도기’라는 말 뒤에 숨어 있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2026년에 이르러서도 정책의 큰 그림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활용을 병행하겠다는 원론은 반복되지만, 구체적인 비중과 속도, 지역별 부담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전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전력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지역에서 조달할 것인지는 여전히 논쟁 단계에 머물러 있다.
환경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의 부재다. 일회용품 감축 정책은 도입과 유예, 철회를 반복했고, 플라스틱 사용 규제는 업종별 예외 조항 속에서 실효성을 잃었다. 재생에너지 보급은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주민 수용성과 송전망 문제에 가로막혔고, 그 사이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미뤄졌다. 환경 정책이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합의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노력은 충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재난 대응 역시 2026년에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집중호우와 산사태, 침수 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록적인’, ‘예상치 못한’이라는 표현이 동원된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이런 표현은 더 이상 책임을 면해주지 않는다. 문제는 예측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대비 부족이다. 도시 배수 시스템, 하천 관리, 산림 정책, 취약 지역 거주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을 여전히 사건별 대응으로 처리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계절이 되면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고, 공공부문 차량 운행을 제한하지만, 산업 구조와 에너지 소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은 더디다. 국외 요인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국내 감축 노력의 지연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관리 가능한 영역과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영역을 구분하고, 장기적인 감축 로드맵을 실행하는 것이 2026년의 과제다.
기업과 산업계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SG 경영은 이미 글로벌 시장의 기본 조건이 되었고, 환경 규제는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환경 대응을 보고서와 공시 중심의 관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 환경 규제, 제품 단위의 탄소 정보 요구는 더 이상 예고가 아니라 현실이다. 국내 정책이 느슨하다고 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요구가 완화되지는 않는다.
결국 2026년의 환경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탄소포집 등 선택지는 이미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조합을 택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갈등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결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선택과 실행뿐이다. 2026년의 한국 사회가 여전히 환경 문제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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