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률신문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
 
최종편집 : 2026.9.23 수 10:29
오피니언사설
재생에너지 늘리는데, 전력망 제자리 걸음
환경법률신문  |  webmaster@ecolaw.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5.12.14  15:01:4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정부는 연일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친다. 해상풍력, 태양광, 분산형 전원은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수단으로 반복해 강조된다. 그러나 정작 그 전기를 실어 나를 전력망은 제자리걸음이다. 발전 설비는 늘어나는데 계통은 막혀 있고, 허가를 받았는데 접속이 안 되고, 지어놓고도 출력제어로 전기를 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발전은 정책으로, 계통은 방치로’라는 모순 위에 서 있다.

문제는 이미 현장에서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전남·제주 태양광 단지, 강원 산간 풍력단지 곳곳에서 계통 포화로 인한 출력제어가 상시화되고 있다.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음에도 송전망 부족으로 가동을 멈추고, 그 손실은 민간이 떠안는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실패다. 발전 설비 인허가를 내주면서, 정작 계통 계획은 뒤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전력망 확충이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송전선로 하나를 놓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주민 반발과 환경 훼손 논란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뒤로 미뤄둘 수는 없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만 앞세우며 ‘설비 숫자’에 집착해왔고, 전력망은 늘 민감한 갈등 사안이라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 결과가 지금의 병목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이 문제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해상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끌어오려면 해저케이블, 변전소, 육상 송전망이 모두 맞물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해상풍력 프로젝트 다수는 ‘발전은 허가됐지만 계통은 미정’인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민간 사업자는 불확실성을 떠안은 채 투자에 나서야 하고, 결국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말하는 ‘민간 주도 재생에너지’가 사실상 민간에 위험을 떠넘기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 정책을, 한전은 계통 운영을, 지자체는 인허가를 각각 맡고 있지만, 이들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도 정책은 부처별로 쪼개져 있고, 그 사이에서 현장은 길을 잃는다. 최근 기후·에너지 정책을 통합적으로 다루겠다는 정부 구상이 나오는 배경 역시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은, 고속도로를 늘리지 않은 채 자동차만 보급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계통 확충은 재생에너지 정책의 부속물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다. 송전망 투자와 지역 수용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출력제어 논란과 주민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환경 논리의 충돌도 직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위해 산을 깎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송전선로를 놓는 것이 과연 환경적인가라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더 큰 목표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와 행정의 역할이다. 지금처럼 ‘갈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태도는 결국 더 큰 비용을 남긴다.

정부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구호로만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전력망이라는 불편한 현실까지 함께 책임질 것인지다. 계통 병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어떤 탄소중립 목표도 공허하다.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보다, 그것을 사회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전력망 없는 에너지 전환은 존재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을 감당하겠다는 정치적 결단이다. 그것 없이는 어떤 녹색 전환도 실현되지 않는다.

< 저작권자 © 환경법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환경법률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1
한국환경공단,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공동 주최
2
수도권대기환경청장, 인천 현대제철㈜ 환경 관리 실태 점검
3
한국석유관리원, ‘2026년 전국 LPG 담당공무원 교육’ 개최
4
국립공원공단·한국관광공사·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감사업무 협약
5
국립생물자원관, ‘소금 위에 피어난 식물’ 기획전 개최
6
가을철 야외활동, 진드기 매개 감염병 주의 당부
7
대구도시개발공사, 대구시 공사·공단과 ‘홈케어 임팩트’사업 추진
8
파주시, 축제장 다회용기 사용 지원
9
경기도교육청국제교육원, 몽골서 RAS로 우리 문화 알려
10
한강청, 사업장·지자체 대상 순환자원 인정제도 설명회

슬레이트 지붕 걱정 끝…포스코스틸리온, 차세대 지붕용 특화 컬러강판 주거 환경 개선

슬레이트 지붕 걱정 끝…포스코스틸리온, 차세대 지붕용 특화 컬러강판 주거 환경 개선
포스코스틸리온(대표이사 사장 천시열)은 8월 31일 부산환경공단 본부에서 부산환경공단(...

수원시와 수원시민이 함께 걷는 탄소중립의 길

수원시와 수원시민이 함께 걷는 탄소중립의 길
예측하지 못한 날씨가 일상이 된 요즘, ‘기후위기’는 이제 사람들...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윤리강령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77길 19(문래동2가 35) | Tel : 02)2068-4400 | Fax : 02)2068-4404 | 발행인·편집인 : 金惠淑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혜숙
(수도권본부)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학운리 양촌지방산업단지 E블록 1롯트 메카존 827호
등록번호 : 서울 다 07140(2005. 7 .19) 대한인터넷신문협회회원사
증서번호 : 2007-0515-02 서울 아 00617(등록일/발행일:2008.7.8) 인터넷환경법률신문
Copyright ⓒ 2026 환경법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co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