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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연일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친다. 해상풍력, 태양광, 분산형 전원은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수단으로 반복해 강조된다. 그러나 정작 그 전기를 실어 나를 전력망은 제자리걸음이다. 발전 설비는 늘어나는데 계통은 막혀 있고, 허가를 받았는데 접속이 안 되고, 지어놓고도 출력제어로 전기를 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발전은 정책으로, 계통은 방치로’라는 모순 위에 서 있다.
문제는 이미 현장에서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전남·제주 태양광 단지, 강원 산간 풍력단지 곳곳에서 계통 포화로 인한 출력제어가 상시화되고 있다.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음에도 송전망 부족으로 가동을 멈추고, 그 손실은 민간이 떠안는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실패다. 발전 설비 인허가를 내주면서, 정작 계통 계획은 뒤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전력망 확충이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송전선로 하나를 놓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주민 반발과 환경 훼손 논란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뒤로 미뤄둘 수는 없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만 앞세우며 ‘설비 숫자’에 집착해왔고, 전력망은 늘 민감한 갈등 사안이라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 결과가 지금의 병목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이 문제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해상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끌어오려면 해저케이블, 변전소, 육상 송전망이 모두 맞물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해상풍력 프로젝트 다수는 ‘발전은 허가됐지만 계통은 미정’인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민간 사업자는 불확실성을 떠안은 채 투자에 나서야 하고, 결국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말하는 ‘민간 주도 재생에너지’가 사실상 민간에 위험을 떠넘기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 정책을, 한전은 계통 운영을, 지자체는 인허가를 각각 맡고 있지만, 이들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도 정책은 부처별로 쪼개져 있고, 그 사이에서 현장은 길을 잃는다. 최근 기후·에너지 정책을 통합적으로 다루겠다는 정부 구상이 나오는 배경 역시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은, 고속도로를 늘리지 않은 채 자동차만 보급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계통 확충은 재생에너지 정책의 부속물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다. 송전망 투자와 지역 수용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출력제어 논란과 주민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환경 논리의 충돌도 직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위해 산을 깎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송전선로를 놓는 것이 과연 환경적인가라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더 큰 목표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와 행정의 역할이다. 지금처럼 ‘갈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태도는 결국 더 큰 비용을 남긴다.
정부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구호로만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전력망이라는 불편한 현실까지 함께 책임질 것인지다. 계통 병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어떤 탄소중립 목표도 공허하다.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보다, 그것을 사회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전력망 없는 에너지 전환은 존재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을 감당하겠다는 정치적 결단이다. 그것 없이는 어떤 녹색 전환도 실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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