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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플라스틱 소비국가다.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돌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회용품 사용은 더 늘어났다. 커피전문점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면 컵과 빨대, 뚜껑, 홀더, 봉투까지 플라스틱이 기본으로 따라온다.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또한 완충재와 포장재를 폭발적으로 늘렸으며, 편리함은 쌓이고 오염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사용된 플라스틱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리수거함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재활용률은 통계상 60%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이는 소각 후 열 회수까지 포함한 수치다.
실제로 고품질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20% 남짓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대량의 플라스틱은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미세플라스틱으로 남는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민의 건강과 생존과 직결되는 사회적 재난이다.
국내외 연구들은 이미 한국 연안에서 미세플라스틱 밀도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 해변 모래에서 채취된 시료에서는 평균 ㎥당 수천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으며, 그중 상당수가 발포 스티로폼 부표에서 비롯되었다.
어업과 양식업에서 쓰이는 부표는 쉽게 부서져 미세 입자로 흩어지고, 해양 생물들이 이를 먹이로 착각한다. 그렇게 오염된 생물은 다시 인간의 식탁에 오르며, 결국 미세플라스틱은 우리의 혈액과 태반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 작은 입자에 포함된 환경호르몬과 첨가제는 체내 호르몬 교란, 발암, 생식 독성 위험을 내포한다.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은 결코 안심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 위험을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이유다.
그럼에도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허술하다. 정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플라스틱 빨대 금지, 직매립 금지 등 여러 제도를 내놓았지만, 대부분 실효성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업계 반발과 행정 혼선으로 사실상 좌초했고, 빨대 금지 역시 편법 사용으로 유명무실해졌다. 핵심은 생산 단계 억제 정책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기업은 여전히 값싼 플라스틱 포장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소비자의 분리배출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보인다. 분리배출이 아무리 철저해도 재활용 시장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자체마다 선별 기준이 달라 국민의 혼란은 더 커졌다. 어떤 지역은 투명 페트병만 별도로 분리하고, 다른 지역은 뚜껑까지 따로 분리하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은 정책 역량 부재를 드러낸다.
기업의 책임 또한 무겁다. 지금의 제도는 소비자에게만 의무를 과도하게 전가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대량 생산의 주체는 기업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존재하지만, 부과되는 부담금이 낮아 기업에게 실질적 압박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플라스틱은 더 이상 편리함의 상징이 아니라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오염원이 되었다. 한국은 ‘재활용 선진국’이라는 자화자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눈앞에 닥친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이미 우리 아이들의 몸속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생산을 줄이지 않는 한, 기술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업, 정부, 시민이 함께 책임을 분담하고 사회 전체가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
플라스틱과의 싸움은 곧 우리의 생존과 존엄을 지키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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