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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녹색도시 강릉, 가뭄의 해법 ‘지하댐’에 있다
류재근 박사  |  webmaster@eco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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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5.09.08  18: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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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재근 박사
전 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현 연구교수

요즘 강릉시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이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릉시의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는 2025년 8월 25일 현재 저수율이 18%까지 떨어졌으며, 현재 추세라면 보름 안에 5% 미만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8월 29일에는 15.7%라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의 75%를 잠그는 강력한 제한급수 직전 상황에 놓였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는 정부에 재난사태 선포를 공식 건의했다. 만약 재난사태가 선포된다면, 이는 자연재난으로는 첫 사례가 된다.

강릉시는 이미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으며, 시민들에게는 먹는 샘물과 생수를 배부하며 식수난을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대관령과 설악산을 끼고 있어 예로부터 ‘맑은 물의 도시’로 불리던 강릉에서, 이처럼 식수가 부족해 생수를 나눠야 하는 현실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강릉에 비가 오지 않는 이유

올여름 강릉에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것은 단순히 강수량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복합적인 기후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푄 현상(Föhn effect) 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름철 한반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불어오는데, 이 바람이 태백산맥 서쪽 사면을 타고 상승하며 비를 뿌린다. 문제는 산맥을 넘고 난 뒤다. 수분을 잃은 건조한 공기가 강릉 등 영동 지역으로 하강하면서 기온은 오르고 습도는 낮아져 비가 거의 내리지 않게 된다.
둘째, 장마전선과 기압골의 위치다. 올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해 장마전선이나 비구름대가 내륙 쪽에 머물러 강릉까지 비가 오지 못했다. 그 결과 다른 지역에는 폭우가 쏟아지는데 강릉은 유독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셋째, 지형적 특성이다. 강릉은 산과 하천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비가 와도 빗물이 빠르게 동해로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저수지나 지하수로 충분히 저장되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가 버리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이 겹치며 강릉의 물 부족은 더욱 심각해졌다.

속초와 강릉, 두 도시의 운명을 갈라놓은 ‘지하댐’
강릉과 불과 50km 남짓 떨어진 속초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속초에서는 지난달 도심에서 ‘워터밤’ 축제가 열릴 정도로 물 부족이 없었다. 그 차이는 바로 지하댐에서 비롯됐다.
속초시는 2018년, 28일간 야간 단수 사태를 겪으며 심각한 물 부족을 체감했다. 시민들은 급수차에서 물을 받아 생활했고, 아파트 단지에는 격일로 수돗물이 공급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속초시는 본격적인 인프라 개선에 착수했다.
2019년부터 280억 원을 들여 쌍천 지하 26m 암반층에 지하댐을 건설해 2021년 완공했다. 이 지하댐은 63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으며, 이는 속초 시민 8만여 명이 석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지하수 탐사를 통해 15곳의 암반 관정을 뚫고, 25km에 달하는 노후 상수관을 교체해 수돗물이 새는 양을 크게 줄였다. 그 결과 속초시의 유수율은 2021년 59%에서 지난해 92%까지 상승했다. 이는 전국 평균(85%)보다도 높은 수치다.
반면 강릉은 오봉저수지 하나에 전체 생활용수의 87%를 의존하고 있다.
호텔, 골프장 등 관광 인프라는 계속 늘었지만, 상수도 체계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곡천 지하댐 건설이 추진 중이지만, 완공 목표는 2027년 이후다. 속초보다 6년이나 늦다. 그 사이 강릉은 매년 반복되는 가뭄에 속수무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성준 건국대 교수는 “강릉은 오봉저수지 외에 대책이 거의 없었다”며 “관광객과 산업 수요가 늘어났는데도 공급 체계가 그대로라 물 부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재난사태 선포와 향후 과제

8월 29일,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5.7%로 떨어졌다.
이는 평년 저수율 71%와 비교하면 극심한 상황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를 근거로 정부에 재난사태 선포를 요청했다. 만약 받아들여진다면 강릉은 자연재난으로 인한 첫 재난사태 선포 지역이 된다.
재난사태가 선포되면 정부는 인력과 장비, 물자 지원에 즉각 나설 수 있으며,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 통제 등 긴급 조치도 가능하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정부와 지자체가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강릉의 물 부족 사태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뭄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물 관리로

강릉의 가뭄은 단순히 한 해의 강수량 부족으로 설명할 수 없다.
기후 변화가 장기화되고, 관광산업과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저수지 의존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속초가 지하댐을 통해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강릉 역시 지하댐 건설과 함께 지하수 관리, 상수도 노후화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물을 단순히 ‘사용할 자원’이 아니라 ‘지켜야 할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맑은 물의 도시’라는 이름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이제 강릉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지하댐을 비롯한 물 관리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기후 위기시대, 강릉이 지속 가능한 도시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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