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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산불 재난, 기후위기 대응 더 늦어선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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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5.05.12  11: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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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대한민국은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를 겪었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를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울진, 울산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며 수십 명의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남겼다.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위기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직접적인 경고였다.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은 이번 산불이 단순한 기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그 가능성과 피해 범위가 확대되었음을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등이 참여하는 국제 연구 협의체 ‘월드 웨더 애트리뷰션(World Weather Attribution, WWA)’은 이번 산불과 같은 기상 조건이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강도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의성 지역의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았고, 습도는 20% 이하로 떨어졌다. 여기에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0m를 넘기며 불길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확산되었다. 정부는 헬기 120대, 소방·군인력 9,000여 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진화까지 닷새 이상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고운사 등 유서 깊은 사찰이 소실되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도 불길에 위협받았다.

산불의 직후,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을 넘어섰으며, 이산화탄소 방출량도 급증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타격을 주었다. 산림청은 약 10만 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손실되었다고 집계했다. 이는 2022년 울진 산불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는 이번 재난을 계기로 기후적응 및 탄소감축 대책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복원력 강화 종합계획’ 수립을 예고했으며, 산림청은 ‘기후탄력형 산림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이 실질적인 시스템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번 산불은 지역사회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소방력과 행정력이 약한 지역일수록 초기 대응이 어려웠다. 이는 기후위기가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소멸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정부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론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국토 균형 발전, 에너지 전환,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 강화 등 종합적인 정책 방향 설정이 시급하다. 또한 시민사회의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 플라스틱 감축이나 대중교통 이용 확대, 주거 단열 강화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행동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배출량은 아직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5년 1분기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률은 2018년 대비 4.1%에 그쳤다. 산업계의 저항, 정책 집행의 느슨함, 사회적 관심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산불이 재난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의 실천이 중요하다. 정부는 보다 강력한 규제와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2025년 산불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이와 같은 재난은 반복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번 산불을 마지막 경고로 삼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의 반복된 참사로 기억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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