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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폐플라스틱의 해외 수출길이 좁아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2025년부터 폐플라스틱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역시 막대한 충격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폐기물 재활용 인프라 확충은 지지부진하고, 정부의 대응책은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폐플라스틱 수출이 어려워질 것을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제 와서야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연간 1천만 톤에 육박하며, 이 중 상당수가 선별·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게다가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폐플라스틱은 해외로 수출해 처리하는 방식에 의존해왔다.
2018년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한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을 돌리는 편법이 이어졌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수입국마저 환경오염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점차 수출 창구가 막히고 있다. 이번 EU의 금지 조치로 남은 시장도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에 대한 국내 대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폐플라스틱을 국내에서 제대로 선별·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분리배출 체계 개선, 선별장 자동화, 고부가가치 재활용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여전히 플라스틱 분리배출은 혼합률이 높아 재활용이 어렵고, 선별 인력은 고령화되었으며, 처리 단가는 낮게 책정돼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 정부는 올해 초 ‘탄소중립 폐기물 관리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팽배하다. 선언적 목표 설정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지원책과 법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특히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자원순환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이미 플라스틱을 연료나 화학원료로 전환하는 고도화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화학적 재활용’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제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기계적 재활용’, 즉 플라스틱을 물리적으로 잘게 부수어 다시 제품을 만드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기술 투자 없이 ‘깨끗한 쓰레기’만을 바라는 태도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소비자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일회용 컵 보증금제, 비닐봉투 사용 제한 등 다양한 정책이 도입됐지만, 이행률은 낮은 편이다.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우려해 시행을 미루거나 완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졌다. 플라스틱 문제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인 동시에, 소비자의 책임 없는 사용 습관이 심화시키는 측면도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강제성과 인센티브를 적절히 조합해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번 EU의 폐플라스틱 수출 금지는 단순한 통상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근본적인 자원순환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고이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늦었지만, 미봉책이 아닌,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과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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