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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국 다수의 저수지와 댐이 예년 평균 대비 수위가 크게 낮아졌고,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남북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생활용수 제한 조치까지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가 내리지 않아서가 아니다. 땅은 메말랐고, 비는 쏟아져도 땅에 스며들지 못한 채 하천으로 빠져나간다. 기후 위기 시대, 가뭄은 이제 ‘일시적인 재난’이 아니라 ‘상시적인 위협’이 되었다.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더 이상 가뭄은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비의 양은 줄지 않았지만, 그 분포는 극단적으로 불균형해졌다. 한두 달 동안 전혀 비가 내리지 않다가, 갑자기 집중호우가 쏟아진다. 이로 인해 지하수 함양은 떨어지고, 빗물은 강이나 바다로 그대로 흘러나간다.
하지만 우리의 물 관리 체계는 여전히 ‘과거형’이다. 대규모 댐과 수자원 개발 중심의 20세기형 정책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도시의 불투수 면적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빗물을 모아 재활용하는 ‘빗물 관리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량 부족에 대비한 중장기 계획 없이, 가뭄 발생 시 단기적 급수 제한이나 물차 동원에 그치는 임기응변식 대응만 반복하고 있다.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는 ‘스마트 물 관리 시스템’ 도입을 선언했지만, 현실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물 순환 생태계’로 인식하고, 빗물을 저장하고 재활용하며, 폐수를 정화해 다시 활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수도관을 보수하고, 누수율을 줄이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예컨대 도로와 주차장을 투수 블록으로 교체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게 하고, 공공시설에는 빗물 저장조를 설치해 화장실 세정용수나 조경용수로 활용하는 식이다.
더불어 농업용수의 효율적 분배도 중요하다. 농업용 물 소비는 전체 물 사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관개 시스템이 낙후돼 낭비가 심하다. 선진국처럼 정밀 관개 시스템을 도입하고,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물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의 물 관리 예산도 단기적 보상이나 재해 복구보다는 중장기 구조 개선에 집중돼야 한다.
지방과 수도권, 농업과 도시, 산업과 생활용수 사이의 갈등은 이미 시작됐다. 2023년 충남 보령댐의 급격한 수위 저하로 충남 서부권 지자체들 간 물 배분 갈등이 불거졌고, 산업단지와 농촌 지역 간 물 공급 우선순위를 두고 지역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더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가뭄 대응 매뉴얼’ 같은 문서상의 조치에서 벗어나, 지역 간 물 분쟁 조정 메커니즘을 제도화해야 한다. 상수원 공동 관리, 유역 단위 물 이용 계획, 지역 맞춤형 가뭄 대응 체계 등을 통해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물 권리 거래제’나 호주의 ‘유역 단위 물 은행제도’처럼 시장 기반 해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뭄은 단순히 물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먹거리, 에너지, 산업, 삶의 질과 직결된 복합 위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국 단위 물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기후 변화는 우리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물 문제는 언제든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가뭄을 이기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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