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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가 제주도 동쪽에 상륙해서 거제도 남부 쪽을 관통했다. 10월 에 한국에 영향을 미친 태풍 중 가장 강력했다. 과거 대한민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태풍 사라나 매미와 유사한 경로이다. 심지어 제주도에 영향을 끼친 태풍 중 루사와 매미에 이어 세 번째로 강한 태풍이었다. 특히 경주 지진 여파로 아직 수리되지 못한 건물이 많은 경주는 더욱 취약했다.
기상청에서는 12시가 고비라고 했으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태풍이 빠져나가 12시 때는 이미 바람이 많이 약해졌을 때였다. 사실상 고비는 10시경이었다. 특히 오전 10시경이 바다 만조 시간이라 물이 빠지지 않아 부·울·경에 수해가 집중되었다.
하필이면 추수 직전에 태풍이 닥치는 바람에 곳곳에서 강풍, 침수로 인한 낙곡, 도복(稻伏)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 시즌, 특히 7월의 태풍은 벼가 생육하는 데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농사에 기여하는 부분이 조금이나마 있지만, 가을 시즌의 태풍은 그런 것도 없을뿐더러 대개 강풍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수확을 앞둔 논에 낙곡, 도복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동남권의 경우 추석 때 이미 한번 호우로 인해 논에 모내기 철 수준으로 물이 차 버린 바 있는데, 다시 이번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과, 배, 감귤 등 수확을 앞둔 가을철 과일들의 낙과 피해도 예상된다.
이번 태풍처럼 재난은 언제든 닥칠 수 있고 우리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정할 수 있다. 무기력하게 앉아서 피해를 키울 수도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이번 태풍으로 울산시 울주군 태화강 상류에선 대암댐 물이 넘쳤다. 인근 반천현대아파트 길가에서 주민이 숨지고 차량 수백 대가 물에 잠겼다. 하지만 대피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가 50분 만에 수위가 1m 이상 오르자 뒤늦게 경보로 격상했다. 부산 감천항 등 방파제 부실시공 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경우엔 물바다가 됐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주민들 반발로 3.4m 높이의 방수벽을 세우려다 1.2m밖에 세우지 못했던 탓에 피해가 컸다.
경남 양산의 한 고등학교는 태풍 속에서도 수업을 강행했다가 학교가 침수돼 2층으로 대피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 태풍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번 태풍에 대처하는 한국 정부의 모습은 최근 미국이 허리케인에 대처했던 모습과 비교 대상이 될 만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Matthew)’가 본토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허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번 허리케인은 당신을 죽일 것(This storm will kill you)”이라며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신속히 대피해 허리케인으로부터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지진 등 자연재난의 성격이 점차 대형화되고 하나의 재난이 또 다른 재난을 몰고 오는 ‘복합재난’으로 연결되는 측면이 강해지고 있다.
재난은 사람의 능력으로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막연한 지침에서 벗어나 재난 유형별 시나리오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감재(減災)’ 대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