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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옥시는 PHMG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 고의로 연구보고서를 ‘조작’했다. 폭스바겐은 디젤 차량이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 ‘조작’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누가 봐도 이들의 이런 행동은 국내법을 얕본 고의성이 다분하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폭스바겐이 문제의 차량을 소비자들로부터 되사들이고 총 10억달러(약 1조1368억원) 이상을 배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는 등 합의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이와 같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미지수에 가깝다. 옥시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민사배상의 경우에 있어서도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영미법에서 발달한 제도이다.
대표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의 예로는 연방대법원이 2009년 필립 모리스 담배회사에 대해 795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언급된다. 한 개인이 PG&E에게 승소하며 3억 3300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한 판결을 이끌어낸 실화를 기초로 만든 영화도 있다.
유의할 점은 처벌적 손해배상은 다소 형벌적인 성격이 들어가 있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민사책임이므로 형사책임, 행정제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한 가해자더라도 벌금 등 별도의 형사책임을 지거나 과징금 등의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 중 '도둑이 소나 양, 당나귀, 돼지, 염소중 하나라도 훔쳤더라도 그 값의 열 배로 보상해 주어야 한다. 도둑이 보상해 줄 돈이 없다면 사형당할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그 뿌리가 깊다. 부여 법률에도 '물건을 훔친 자는 12배로 배상하고, 배상하지 못할 경우 노비로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와 같은 고대의 손해배상 제도는 배수적 손해배상과 형벌이 혼합되어 있는 예로 볼 수 있다.
영미법에서는 1763년부터 판례법을 통해 이 제도가 수용되었고,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누적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법을 비롯한 대륙법은 배상제도에 처벌적 의미를 배제하고, 가해행위로써 발생한 책임을 가해자가 그 책임범위만큼 메워준다는 의미의 ‘전보배상’을 대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손해액을 넘는 부분까지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입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 한국은 대륙법에 근간을 둔 일본법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이들과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반대론도 비등하다. 법조계에서는 기업 활동 위축 및 제도상의 문제를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과연 피해 규모 이상의 보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리적 논쟁도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관련된 범죄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환경오염은 불가피한 사고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문적이고 조직적으로 은폐와 조작이 이뤄진다. 이로 인한 피해는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을 갈 수도 있다.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피해가 추가적으로 발견될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한 ‘전보배상’을 넓게 해석해 앞으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배상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무단으로 지하철을 타는 사람에게 수십 배의 벌금을 매기는 것은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 하나를 가혹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무단으로 지하철을 탈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