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불이 났었다. 그 후 트라우마가 생겨 어디선가 문득 화재경보기 소리가 나면 혹시 우리 건물인지 벌떡 일어나 확인하게 되고 가슴이 쿵쾅댄다. 종종 중요한 물건이 어디에 있고 키우는 애완동물은 어떻게 데리고 탈출할 건지 자꾸 혼자만의 프로토콜을 되새겨본다. 집에 불이 난 적이 없는 다른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작년 봄, 세월호 사건이 있었고 고인들이 생존해 있었을 상황을 유추해보는 글이 각종 SNS에 올라오고 기사화되곤 했다. 가라앉는 배에서 오지 않는 구조를 기다리는 느낌은 어떤 것인지 나는 감히 상상해볼 수도 없지만 한번씩 떠올려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막 일년이 지났다. 왜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는 인터넷 상 몇몇 사람들의 타박은 굉장히 씁쓸하게 만든다. 가라앉는 배에 갇힌 것이 내가 아니고, 내 가족 또는 내 친척이 아니고,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까.

얼마 전 지중해에서 배가 한척 가라앉았다. 사람이 얼마나 타고 있었는지 정확한 집계가 되지는 않으며 특히 백명도 넘는 어선 하부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가라앉고 말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그대로 바닷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아침 아홉시면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로 출근하고 오후 여섯시부터 시계만 쳐다보며 칼퇴근을 꿈꾸는 우리네는 차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야기가 많이 돌아왔지만, 오늘은 기후난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기후난민을 분류하고 있는 정의들은 국제이주기구(IOM)과 유엔난민기구(UNHCR) 등에서 환경이주자 혹은 환경난민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보통 환경의 변화로 인해 거주지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는 곳의 이야기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이런 경우 강제적인 이주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류하고 있다), 보통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삶의 터전을 떠나게 된다(자발적 이주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농사를 짓던 땅이 홍수나 해수면 상승으로 잠기게 되어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지면 경작지가 원래 상태로 돌아올때까지 혹은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여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온 가족이 이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활동이 어려운 노약자나 어린이는 남고 2-30대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 경제활동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도심지역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이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 국경을 넘게 된다.

여기서 기후변화가 더 무서운 이유는 보통 개발도상국의 경우 도심의 낮은 기후 적응력과 탄력성으로 더 나은 생활을 찾아 도심으로 떠나가는 사람들까지 수용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보통 환경이나 기후로 인한 이주는 국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주로 논의되었다면 최근에는 이러한 여정은 국경을 넘어서도 이루어지며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인구이동의 흐름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안보학자들의 이야기이다[3].

결국 자발적 이주를 선택한 사람들은 큰 그림에서 봤을 때 더 많은 경제활동의 기회를 찾아 국경을 넘어오는 인구의 이동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특히 자발적인 이주에 관해) 어떤 법적인 보호체계를 만들어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ILO와 같은 노동관련 국제기구와 IOM 혹은 또다른 이주관련기구에서 환경 혹은 기후변화의 문제로 발생하는 이주에 대한 법적인 보호체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렇다할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논의해오던 다른 이주현상과는 다른 대응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보호체계는 그들이 돌아가야 할 지역(Origin area)과 그들이 영구적으로 혹은 잠시 머물러 갈 도착지(Destination area)에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점은 비록 그곳이 홍수나 폭우, 가뭄에 취약하여 매년 물이 차고 집이 무너지더라도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다시 해당 지역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피해지에서는 복구와 기후변화 적응시스템의 수립이 필요하다. 홍수와 침수에 대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강수량이나 가뭄에 탄력성 있는 작물을 선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국가 단위에서의 적응 및 감축 정책과 이에 따르는 선진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이주자의 종착지 혹은 이동경로에 해당하는 국가에서도 이주자와 네이티브 커뮤니티 간에 갈등을 방지하여 그로부터 야기되는 사회적 불안정[4]을 해소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흔히 이주자들은 타국에서 외국인노동자(!)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러한 그룹은 주거, 의료, 위생 등 사회시스템에 적절하게 노출되어있지 않으며 다른 문화권과 다른 인종으로 이루어진 현지의 커뮤니티로 부터 배척당하며 사회안보문제로 거론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동남아시아 혹은 남아시아지역에서 일자리를 위한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흐름이 증가함에 따라 외국인 범죄 등 사회적 이슈들이 미디어를 타고 전해지고 있다. 결국 이주 문제는 국가안보, 더 나아가서는 국가 간 갈등으로 인해 지역안보문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에 다양한 안보연구기관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야기되고 확대될 이주흐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역시 아직은 UNFCCC 당사국총회의 결정문에 관련 문구나 내용이 추가되는 것에는 여전히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기후난민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 케이스가 없기 때문이다. 평생을 기후난민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기후변화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확실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역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지금 어딘가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목숨이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오늘도 삶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으며, 때로는 그것이 그대로 사그러지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누구나 하루하루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요즘, 마트에서 과일 하나 장바구니에 담기도 고민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건조하지 않은 눈으로 내가 사는 쪽이 아닌 다른 세상도 바라봐주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글=기후변화센터 정책연구팀 윤초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