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고니학교’는 2002년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햇수로 13년째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환경체험 학습 중 하나다. 이 환경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환경정책의 이면을 엿볼 수 있었다. 

고니에게 줄 고구마를 다듬고 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밝은 얼굴 때문인지, 하남시까지 거의 2시간이 걸려서 도착했다는 사실은 반쯤 잊어버릴 수 있었다. 유니온 타워로 이동해 아이들과 함께 당정섬을 찾은 새들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만 해도 밝고 활기찬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서부터였다. 하남시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런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왼쪽 아래, 철새들이 모여있는 당정섬 바로 옆에서 포크레인이 땅을 파고 있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공사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번엔 오른쪽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것보다 훨씬 큰 대규모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슨 공사인지 관계자에게 묻자 “신세계 백화점을 짓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하남시의 지리적 특성에 대한 설명을 조금만 하고 넘어가겠다. 하남시의 생활권은 사실상 서울시 강동구와 통합되어있다. 하지만 하남시는 도시의 상당 부분이 그린벨트로 묶여있고, 서울 지하철 5호선의 동부구간을 자세히 보면 마치 하남시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듯 만들어져있다.

하남시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제 비로소 지하철이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1990년 무렵부터 주장해온 하남시 지하철이 근 20년 만에 확정이 된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보면 이곳이 개발 소외 지역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서 하남시에 개발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유니온 타워 바로 옆에 지어지는 신세계 백화점 역시 하남시에 부족한 쇼핑 및 여가 시설 건설, 일자리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백화점 건설로 인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용문제, 교통체증 역시 문제가 될 소지가 크지만 이 부분은 지금 다룰 이야기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다만 이 공사가 환경에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문제는 앞서 말했던 강 바로 옆에서 바닥을 파헤치고 있던 포크레인이었다. 새들을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고 새들에게 모이를 주기 위해 아이들과 근처로 이동했을 때 포크레인은 여전히 땅을 파헤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필자는 관계자에게 지금 저게 뭘 만들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관계자의 설명은 “이곳에 집수장을 만든 뒤 한강 상류의 물을 끌어들여 하남시 시내를 거쳐 돌아오는 인공어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하남시 버전의 청계천이었다. 도대체 이런 인공어로 조성을 왜 하는지, 이것이 과연 청계천처럼 최소한의 전시효과라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포크레인이 땅을 파내는 한쪽 편에 붙어있는 ‘상수도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과 ‘철새 도래지’라는 모든 문구는 포크레인 앞에 무색하게 느껴졌다.

푸른교육 공동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이 고니학교를 찾는 오늘 주말이라도 포크레인을 멈춰 줄 수 없겠냐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환경과 인간이 조화롭게 사는 길은 이렇게나 험한 것일까. 아이들 중 혹시 저 포크레인은 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까. 많은 고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포크레인에 관심을 가진 아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도 결국 어른이 될 것이고, 그때 아이들은 분명 우리가 저지른 것들에 대해 따져 물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인가. 환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그것은 미래 환경의 주인이 될 우리의 아들, 딸들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