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환경 훼손, 적자 우려, 평창동계올림픽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심상정 의원, 우이령포럼, 녹색연합, 문화연대가 주관한 토론회에 참여한 환경 전문가들은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 하에 대규모 국제 스포츠경기를 유치하지만, 이는 엄청난 환경훼손과 경제적 손실을 낳는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가리왕산 훼손 현황과 대안 모색’의 발제를 맡은 환경단체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 사람들’의 이병천 회장은 “우리나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무리한 경기장 건설 요구를 협상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용평, H1, 무주 등 기존 스키장을 활용할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올림픽 특구지정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사전 환경성 검토까지 생략하며 가리왕산을 훼손했다”며 비판했다.

이 회장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일본 정부의 정책과 비교해 정부의 방침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전했다.

나가노 동계올림픽 당시 IOC는 새로운 스키 활강경기장을 짓도록 요구했으나 일본 정부는 기존 하코네 스키장 사용을 관철시켰다고 했다. 또한 활강경기장 높이를 높이라는 IOC의 요구도 거부했다. 희귀식물 자생지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전문가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 건설 현장에서 1만5천여㎡의 산림이 불법 벌목된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평창군은 지난 17∼18일 이틀간 현지 조사를 벌여 불법훼손 사실을 확인했고 지난 26일 공사를 맡은 D개발, P건설, S건설 등 3개 업체에 복구명령을 했다.

토론회에서는 “시공사가 승인도 없이 불법 채벌해 기소된 사례도 있지만 가리왕산처럼 여러 차례 공론화되지 않으면 복원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리왕산뿐만 아니라 지난 27일, 대림산업과 하청업체들이 산림 5천여㎡ 가량을 불법 훼손한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원주지방 환경청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실시설계도면을 강원도에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사기일을 맞추기 위해 벌목을 강행했고, 원형보전 대상인 5부 능선 이하 지역까지 벌목했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이 적발된 후, 대림산업은 복원계획도 없이, 해당 지역이 소나무 군락지였던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부랴부랴 손가락만한 두께의 어린 자작나무를 심는 것으로 ‘땜질식 복구’를 한 것이 드러나 환경단체의 비난을 샀다.

훼손된 숲 대부분은 녹지자연도 8등급(1~10등급 중 높을수록 자연 원형에 가까운 상태)에 해당한다. 토론회에서는 경제적 효과의 허구성도 지적됐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올림픽 경기장 건설은 땅값 올리기 프로젝트”라며 “내수 진작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훈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올해 말 기준 강원도 부채규모는 5800억원”이라며 “올해 동계올림픽 유치로 55조 5000억여원(500억 달러) 적자를 본 러시아 소치를 비롯해 앞서 올림픽 유치한 도시 재정은 빚더미에 올라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