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G20에 대해 간단한 정리부터 하고 가겠다. G20은 1997년 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선 G7보다 폭넓은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세계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점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 경제의 큰 축을 맡고 있는 국가의 정상이나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가 갖는 모임을 말한다. 당연히 G20의 주된 회의 내용은 ‘경제’와 ‘돈’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회의를 개최한 호주는 홈그라운드에서 오바마에게 한방 크게 얻어맞았다.

토니 애보트 총리의 호주 정부는 지난해 9월 집권한 뒤 올해 의회에서 탄소세를 폐지했고 기후변화 대책으로 직접 행동계획(Direct Action Plan)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직접 행동계획의 결과는 국제 사회에서 요구하는 배출 탄소 감축 목표에 턱없이 부족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려는 세계적인 흐름에 호주와 캐나다가 역행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석탄 수출국인 두 나라 모두 보수 정당이 집권을 하면서 기후변화 정책에서 크게 퇴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호주는 대체 에너지 개발 지원 대부분을 중단시켰고 기후변화 문제를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채택하자는 미국과도 갈등을 빚어왔다.

 그런데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은 미국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하면서 2030년을 기점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기후정책 분석가인 피터 크리토프 조교수(멜번대)는 공영 ABC의 ‘더 월드’와의 대담에서 “호주 정부가 기후변화 이슈를 G20 아젠다에서 계속 누락시키려던 시점에 발표된 미국과 중국의 탄소배출 감축 전격 합의는 애보트 정부를 매우 당혹스런 위치에 놓이게 했다(severely embarrassed)”고 하면서 “내년 회의에서 아마도 호주는 최소 15% 또는 그 이상을 감축하라는 국제적 요구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벗 총리는 "양대 강국이자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국과 미국의 합의를 환영한다"면서도 "호주는 16년 동안 진행될 일보다는 현재 우리가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강조했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기로 한 시점이 16년 뒤라는 사실을 비꼰 것이다.

애벗 총리는 양국 간 타결이 가지는 의미를 애써 무시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브리즈번 G20 정상회의의 최우선 의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경제성장과 일자리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호주는 환경 보호와 관광수입으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의 총리가 ‘환경’과 ‘경제’를 새삼스럽게 분리해서 바라보려 하고, G20에서 기후변화 논의를 막기 위해 딴죽을 거는 모습은 참으로 이상하다고 하겠다. 물론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호주는 많은 양의 석탄을 무관세로 중국에 공급하고 있었다. 중국이 호주에서 들여오는 석탄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많을 정도였다. 호주는 자국의 환경은 지키면서, 중국의 환경을 오염시키는데 한몫 함으로써 많은 돈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석탄 가격은 낮아지고 있고 자칫 하면 호주는 석탄 수입을 가장 많이 하고 있던 중국이라는 단골손님을 잃어버리게 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고립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호주는 결국 먼 길을 돌아 다시 ‘석탄 수출국’이 아닌 ‘환경기술 개발 수출국’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G20 브리즈번 액션 플랜을 통해 우리가 배우고 나아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