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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일요일 초저녁에 큰 화마(火魔)가 인사동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인사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에서 가스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순식간에 건물 8채와 점포 19곳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허름한 건물 3층에서 굉음과 함께 시작된 불은 다닥다닥 붙은 이웃 건물들을 단숨에 삼키며 무서운 기세로 번져나갔다고 한다. 화재가 난 곳은 소방차의 진입이 쉽지 않은 좁은 골목인데다 낡은 목조 건물과 음식점이 주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라 발화성 물질의 양이 많아 타 지역보다 진화하는데 애를 먹었다. 총 65대의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주변 도로가 좁아 정작 진화 작업을 벌인 차는 겨우 10대도 못된다고 하니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의 어려움이 쉬이 짐작이 간다.
사실 서울 시내를 둘러보다보면 문득 ‘이 곳에서 불이 난다면 정말 큰일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장소가 많다. 수많은 언덕과 한뼘거리로 건물들이 붙어있는 것도 모자라 이면도로에는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보행하는데만도 어려움이 큰데 집재만한 소방차가 들어오려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가회동, 삼천동 등 북촌한옥마을과 궁정동, 내자동, 옥인동, 필운동, 효자동 일대 경복궁 서측 한옥마을 내 도로 118개중 70%에 가까운 82개는 일반 소방차가 진입 할 수 없어 이번 인사동 화재와 같은 위험성에 잠재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비교적 좁은 길도 수월하게 통고 할 수 있는 소형소방차가 서울시에 4대가 도입되어 있지만 소형소방차의 특성상 일정 규모이상의 화재에서는 그 실효성이 미미해 이번 화재에는 출동조차 하지 못했다.
인사동 주변은 10여년 전에도 대형화재로 10여개 이상의 점포를 전소시켜 초토화시킨 이후로도 계속해서 크고 작은 화마에 시달려왔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와같은 화재의 위험이 시시각각 우리의 재산을 위협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옥마을의 많은 주택들이 유형문화제, 민속자료 등 주요문화재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들 지역에는 소화기, 급수관 등 비상소화장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세심한 화재 예방 관리가 필요한 곳임에도 이들 한옥마을 지역은 화재에 대비한 소방당국의 매년 2회의 합동소방훈련과 거주민 안전교육만 실시하고 있다. 그나마 인사동에 대해서는 화재대응 매뉴얼조차 없다고 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해 번지별, 건축물별 세부 소방안전지도를 제작해 어느 골목으로 어떻게 진입해 진화할지 등을 확립하고 게스트하우스 등 관광객 밀집 지역이나 골목길, 고지대 등 화재취약지역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도 한다. 현재 주워진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자세는 보기 좋으나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좁은 골목길의 태생적인 문제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화재감지용 경보장치, 스프링클러, 소화전 등 기본 진화설비의 구비는 필수이고 철저한 행정적 점검과 동시에 해당 주민의 경계의식도 같이 함양되어야 한다. 인사동 특유의 골목길 풍경이 실보다는 득이 많은 장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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