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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전라남도 고흥군 고흥읍 고흥군법원에서 특별한 재판이 열렸다. 서울고등법원 환경전담 민사 8부 재판부 판사들이 직접 현장에 찾아가서 재판을 연 것이다. 법원이 소송 당사자를 위해 찾아가 재판을 연 것은 1948년 대법원 설립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사법부가 국민의 곁으로 한층 다가온 느낌이 든다.
고흥방조제 담수 배출 어업 피해 사건은 방조제 준공 후에 담수호의 농업용수를 배출하기 위해 배수갑문을 열어 지속적으로 방류한 담수가 어장까지 도달함으로 인해 조류 및 유속 변화, 담수확산에 따른 염분농도 등 주변 해양환경에 변화가 발생하여 주변 수중생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가 쟁점이다. 어업을 생업으로 삼는 주민들의 마을어장과 패류양식장의 경우 유생(幼生) 발생시기의 담수 확산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쇼크로서 작용하여 수산자원 생물의 대량폐사 및 추가 성장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그 동안 크고 작은 14개의 태풍들로 인해 호우시에 이루어진 대량의 담수 방류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기 때문에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자칫 그릇된 판결이 나올 수도 있는 사건이다. 따라서 이번 재판부 판사들의 고흥방조제 방문은 재판의 신뢰를 높이는 효과와 주민의 심적인 안정도 동시에 얻었을 것이다.
사실 이 제도는 법원에 소송을 내고도 거리가 멀어 제때에 재판정을 찾지 못하는 이해관계자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이미 존재해 왔다. 현행 법원조직법 56조에 보면 공판은 법정에서 진행하되 법원장이 필요에 따라 법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열게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판사들의 업무량 탓에 그 동안 쉽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환경전담 재판부는 서울 한군데 밖에 없기 때문에 어민들은 고흥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재판에 참석하려면 하루 생업을 포기해야만 하는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결국 그 동안 소송대리인을 통해서만 법정에 의사를 전달해야만 하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380km나 떨어진 곳에 재판부가 직접 찾아와 주었으니 주민들이 얼마나 고마워했을지 짐작이 간다. 게다가 재판부도 현장에서 직접 원고와 피고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으니 윈-윈이다.
이 제도는 미국의 ‘찾아가는 법정’과 비슷해 보인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고등법원에 해당하는 연방항소법원의 대다수가 관할구역을 순회하면서 실제재판을 열고 있으며 켈리포니아주 대법원은 10년 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시청 회의실 등에서 구술변론절차를 열고 있다고 한다. 또 방청자들의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 개요와 소송서류 등을 미리 검토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법부는 이러한 것들을 참고 삼아 이번 고흥에서 시작된 이른바 ‘찾아가는 법정’을 시작으로 우리의 정의가 팔도강산 곳곳 어디에서도 굳게 살아 숨쉴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