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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국회 앞 근린공원에서 재활용인들의 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은 오전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우의를 입고 있었다. 재활용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다름 아닌 폐지 수집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거기엔 혐오시설로 불리는 고물상의 주인들도 포함된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생존권 사수와 재활용관련법 관련법 개정과 제정을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하루벌이가 고작 4천 원인 노인들이 살려달라고 국회 앞 공원에서 비를 맞고 서있던 것이다.
폐지, 고철 등 재활용되는 폐기물의 가격은 하루하루 달라진다. 폐지의 경우, 작년만 해도 kg당 200원 가까이 하던 것이 올 9월에는 70~80원으로 떨어졌다. 노인들이 하루 종일 모으는 폐지의 양은 대략 50kg이고 그걸 고물상에 내다팔면 4000원 가량 번다. 유모차와 리어카를 끌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힘들 게 벌어봐야 밥 한 끼 사먹을 돈도 못 버는 셈이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에서 갑작스레 빈곤층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많이 생기다보니 폐지수집도 이제는 경쟁이 심해졌다. 과거엔 폐지수집하면 가난한 노인들을 떠올려겠지만 요즘은 ‘아줌마’들도 들고 나섰다. 간혹 20, 30대까지 눈에 띈다.
그러다보니 영역 다툼이 생기고 폭언과 폭력이 오가다 경찰서에 가는 일도 흔하게 벌어진다. 가뜩이나 어려운 노인들이 이젠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려운 건 폐지수집하는 이들만이 아니다. 폐지를 사다 외국에 수출하거나 국내기업에 파는 고물상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폐지는 헐값에 팔리지만 곧바로 순환되지 못하고 재고로 묶여 고물상에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있다.
작년만 해도 재고물량이 딸렸지만 올해는 유럽의 경제위기와 중국의 내수 정책 때문에 수출길이 막혀버렸다. 덩달아 내수시장 역시 침체돼 기업도 잘 사주지 않는다. 내다 팔 활로가 막혀 폐지수집하는 노인도 고물상도 생계가 막막해졌다.
안 그래도 어려운 이들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타격을 입었다. 상황이 이러니 재활용인들은 거리로 나와 궐기대회를 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내가 더 벌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최소한 생계를 유지하게 해달라는 기본적인 외침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 국민들의 인식과 정부의 대우를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다. 폐지, 고철하면 당장 떠오르는 단어가 넝마주이, 고물상이라고 한다. 국민들 마음속에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고자 용어도 넝마주이, 고물상에서 “자원재활용인”으로 변경했다.
무엇보다 재활용인들의 일은 그동안 과소평가 돼 왔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자원순환율은 20~30%에 불과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생활자원과 산업자원에서 재활용은 80%를 상회한다.
만약 이들이 국민들이 버렸던 물건들을 수거하지 않고 재활용하지 않았다면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경제대국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산업의 농부라 불리는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산업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을까.
현행법상 재활용인이 모으는 폐지나 고철은 현행법상 재활용품이 아니라 폐기물이다. 신문도 냉장고도 집 앞에 내버려지는 순간 쓰레기가 된다. 또 고물상은 재활용 시설이 아니라 분뇨 및 쓰레기처리 시설로 분류돼 있다. 법이 이렇다보니 그 누가 떳떳하게 재활용인이라고 나설 수 있을까.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재활용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낮고 정부의 대우는 부당하다. 이들이 길거리로 나온 이유, 이들의 절규를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