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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또 전기료 인상을 하겠다고 나섰다. 한전 이사회가 발표한 평균 인상률은 10.7%. 작년 4.9%, 4.5%에 비해 인상폭이 매우 크다. 여기에 연료비 연동제 6.1%까지 도입하면 실제 인상률은 16%가 넘는다. 이 같은 발표에 지식경제부는 곧바로 불쾌한 심기를 들어냈고 산업계는 반박 논리로 맞섰다. 불쾌하기로 따지면 국민이 가장 클 것이다.
한전의 부채는 최근 8조 원이 늘어 총 82조 원을 넘었다. 어마어마한 부채를 갚으려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왜 한전의 부채를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가. 오히려 82조 원의 빚을 안고도 억대 연봉자가 2천 명에 가까운 한전의 기이한 구조부터 개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전은 인상에 앞서 스스로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이번 인상의 다른 근거는 우리나라의 싼 전기요금이다. 한전이 밝힌 각국의 1kwh 당 전기요금은 한국 83.59원, 미국 115.48원, 일본 202.30원이다.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된다. 저렴하다고 마음 놓고 썼다간 요금 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산업용 요금은 실제로 싼 편이다. 가정용과 달리 누진제도 적용되지 않고 저압전력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비싼 여름철에도 1kwh 당 100원이다. 그래서 이번 인상안에서 산업용 요금은 높게 책정됐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기업이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을 감당할 때라며 화살을 기업으로 돌렸다. 산업계의 반발도 만만치가 않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4.1%선에서 수용하겠다던 기업들은 원가 계산을 믿을 수 없다며 원가 공개와 원가 회수율의 급감 원인을 밝히라고 나섰다.
또 한전은, 요금을 인상하면 전력 사용이 준다는 말한다. 이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여름철 전기 요금이 상승하면 에어컨 구매는 줄고 선풍기 구매가 늘어난다. 그만큼 전력사용량도 준다. 하지만 감소도 잠시, 한두 달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런 상황이니 이번 한전의 과도한 인상안은 실효성이 없다.
뜨거운 여름, 한전의 과도한 요금 인상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전력사용량의 급증이다. 2008년 유가상승 이후, 급증한 전력사용량은 2011년 9·15 정전 사태로 정점을 이뤘다. 9·15 정전은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안일한 대처와 전력 과소비에서 비롯된 사태였다.
지난달, 정부는 절전 대책으로 “국민발전소 건설운동”을 시작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서비스업, 상업시설, 일반 시민이 함께 절전하면 발전소를 건설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캠페인에 400대 기업과 주요 경제 단체가 참여해 6월부터 9월까지 자율적으로 전력을 아끼자고 다짐했다. 대기업은 CGO(녹색경영책임자) 운영, 사업장에서 절전 패트롤(절전 지킴이) 임명, 냉방온도 26도 준수 등 절전 행동요령을 발표했다. 지식경제부 또한 “아싸가자 운동”을 벌인다. 아는 “아끼자 2~5시” 싸는 “싸(사)랑한다 26도” 가는 “가볍다 휘들옷” 자는 “자 뽑자 플러그”로 일상 속 절전 요령을 알기 쉽게 전파한다.
정부와 기업이 절전 운동에 나섰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국민의 참여가 없다면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한전의 불합리한 전기료 인상에 국민의 불만이 계속되면 이 운동 역시 공허해진다. 그런데 이 운동의 취지는 추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것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작년 정전사태의 피해보다 더 큰 규모의 정전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최악의 경우 국가기반 시설이 마비될 수 있다.
결국 전력 과소비는 우리에게 재난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절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절전은 누구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 정부와 기업, 한전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우리 국민을 위한 일이다. 한전의 불합리함은 어서 빨리 개혁 돼야 옳다. 그와 별개로 우리는 현실적인 움직여야 한다. 절전은 우리를 위한 작지만 적극적인 행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