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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이하’만 믿는 농약 검증체계, EU 퇴출농약 국내 15종 허가
윤준병 의원 “현장 노출 반영해 검증체계 전면 개편하고, 등록 이후 실효적인 사후관리체계 마련해야”
2026년 09월 29일 (화) 08:45:41 전민선 기자 webmaster@ecolaw.co.kr

유럽연합(EU)이 농약 자체의 독성과 환경오염 우려 등을 이유로 사용을 금지한 농약 성분 가운데 15종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촌진흥청은 실제 노출량이 기준치 이하이면 안전성이 확보된다는 입장이지만, EU의 규제 이후 해당 성분을 언제 다시 평가했는지, 허가를 유지한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아 국내 농약 검증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고창군)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EU 금지 농약 성분의 국내 유통 현황’에 따르면, EU에서 금지됐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농약 성분은 총 15종으로 확인됐다. 해당 성분은 △베노밀 △카벤다짐 △사이프로코나졸 △디메토모르프 △아이소피라잠 △리뉴론 △만코제브 △메틸브로마이드 △프로클로라즈 △프로피코나졸 △피메트로진 △스피로디클로펜 △티아클로프리드 △티오파네이트메틸 △트리플루미졸 등이다.

EU는 농약 자체의 독성과 환경오염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해 우려가 확인되면 등록을 취소하는 ‘유해성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약 자체의 유해성과 함께 실제 사용 과정에서 인체와 환경에 노출되는 양을 기준으로 안전성을 판단하는 ‘위해성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실제 노출량이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면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보고, 신규·변경 등록 제한과 경고문구 강화, 사용량 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해당 성분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농약의 실제 노출량은 사용 방법과 보호장비 착용 여부, 살포 횟수, 작업시간,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국내 농약 등록절차

등록 당시 설정한 사용조건과 기준치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제 농업 현장에서 농업인이 어느 정도로 노출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장기간 반복 노출과 여러 성분의 복합 노출에 따른 영향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약 승인 절차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EU는 신규 농약 원제 승인에 평균 3~4년이 소요되며, 특정 회원국이 인체·환경 위해성 평가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뒤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전문가 교차검증과 공개 의견수렴, 종합평가 및 회원국 표결을 거쳐 최종 승인한다.

우리나라는 농약 원제의 인축독성과 환경생물독성 등을 평가해 등록하는 데 12개월, 개별 품목의 이화학적 특성과 약효·약해·잔류성·독성 등을 평가해 등록하는 데 9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이 제출한 자료에는 EU의 전문가 교차검증과 공개 의견수렴에 상응하는 국내 검증 절차와 평가자료의 공개 범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등록 이후의 사후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해외 농약 규제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해 우려 농약에 대해 안전성 재평가와 등록취소, 사용량 감축 등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EU 금지 성분별 재평가 시점과 결과, 국내 유통량과 사용량 및 작업자의 실제 노출 수준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더욱이 농촌진흥청은 최근 5년간 농약으로 발생한 작물 피해액에 대해 “관련 통계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농약 등록 이후 농작물과 농업 현장에서 어떤 피해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조차 갖추지 못해 현행 사후관리의 실효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준병 의원(사진)은 “등록 당시 설정한 기준치만 믿을 것이 아니라 농업 현장의 실제 노출량과 장기·복합 노출의 영향을 조사하고, 해외에서 새로운 유해성이 확인되면 즉시 재평가하도록 농약 검증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성분별 재평가 시점과 검토자료, 허가 유지 및 취소 근거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의원은 “농약의 등록만으로 정부의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유통과 사용 과정에서 안전성이 유지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성분별 유통량·사용량, 작업자 노출 수준, 농작물·인축·환경 피해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그 결과를 재평가와 규제에 반영하는 실효적인 사후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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