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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과 풍력발전 시설을 둘러싼 해묵은 이격거리 논란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1일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이격거리에 국가 차원의 상한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역마다 제각각인 규제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더 이상 지자체별 규제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현재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시설을 설치하려면 발전사업 허가뿐 아니라 개발행위 허가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지자체는 주거지역이나 도로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떨어뜨리도록 하는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한다. 문제는 지역별 기준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비슷한 조건의 발전사업이라도 행정구역 하나를 넘으면 설치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은 합리적인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이격거리 규제가 등장한 배경도 돌아봐야 한다. 농촌 곳곳에 태양광 시설이 빠르게 들어서는 과정에서 경관 훼손과 산림 파괴, 빛 반사, 안전 문제 등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풍력발전 역시 소음과 저주파, 경관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주민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는 마을의 환경이 달라지는 문제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가적 목표만 내세워 이런 우려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막연한 불안감을 근거로 과도한 이격거리를 설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발전시설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조건이 강화될수록 실제 설치할 수 있는 부지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겠다면서 정작 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설 공간을 각종 규제로 차단한다면 정책 목표와 현실 사이의 모순만 커질 뿐이다.
정부가 이번에 이격거리 규제 상한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일률적인 숫자를 정해 지자체에 따르라고 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별 지형과 주거 형태, 발전시설 규모가 다른 만큼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기본 원칙을 정하되 지역 특성을 반영할 여지도 남겨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발전시설이 주민 생활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제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발전사업자가 얻는 수익과 지역 주민이 부담하는 환경적·사회적 비용이 분리돼 있다면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발전 수익의 일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환경영향과 운영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주민을 설득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당사자로 참여시켜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환경 보호는 서로 반대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기준 없이 발전시설을 무분별하게 허가하거나, 반대로 과도한 규제로 모든 시설을 밀어내는 양극단을 피하는 것이 환경정책의 역할이다.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과학적인 규제다.
정부의 이격거리 규제 정비가 단순히 태양광과 풍력의 설치 면적을 늘리는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에너지 전환은 발전소 숫자만 늘린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가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칙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