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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생물다양성 공시, 어디까지 준비됐나?
2026년 06월 28일 (일) 16:09:00 환경법률신문 webmaster@ecolaw.co.kr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의 환경경영은 오랫동안 탄소배출 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세계의 기준은 이미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이제 기업은 얼마나 많은 탄소를 줄였는지만이 아니라 자연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설명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생물다양성 공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국제사회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NFD)를 중심으로 기업의 자연자본 의존도와 생태계 훼손 위험을 공시하는 체계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정보공개(TCFD)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듯, 이제는 숲과 습지, 하천, 토양, 생물종 등 자연자본까지 기업의 재무 리스크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생물다양성 훼손은 원자재 공급망 불안, 수자원 부족, 산림 훼손 규제 강화, 투자 제한 등 기업의 생산과 경영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 리스크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기업의 자연 관련 위험 관리 수준을 투자 판단 요소로 반영하기 시작했고, 다국적 기업들도 공급망 전반의 생태계 영향을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준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기업들은 탄소배출량 산정과 기후공시 대응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생물다양성은 여전히 ESG 보고서의 부수적인 항목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생태계 보전 활동을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접근하는 데 머물러 있을 뿐, 이를 기업의 핵심 경영 리스크로 관리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정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 도입 논의는 기후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책적 준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국제 기준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국내 제도와 지원 체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결국 기업들은 또다시 해외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에야 뒤늦게 대응하는 상황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자연 관련 공시 요구가 확대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받게 될 영향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특히 식품, 화학, 건설, 에너지, 섬유, 반도체 등 자연자원 이용이 많은 산업은 공급망 관리부터 투자 유치까지 새로운 기준에 직면하게 된다.

환경정책도 이제는 탄소중립이라는 하나의 목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는 서로 연결된 문제이며 어느 하나만 해결해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자연을 훼손하면서 탄소만 줄이는 정책은 결국 또 다른 환경문제를 낳을 뿐이다.

기업들은 생물다양성 공시를 새로운 규제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도 기업들이 국제 기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축과 평가체계 마련, 전문인력 양성 등 지원 기반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

탄소를 줄이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자연을 지키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생물다양성 공시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새로운 기준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도 이제는 탄소를 넘어 자연자본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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