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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 곤 명예교수
국립 부경대학교 환경·해양대학
환경시스템과학부 명예교수 |
주요 환경문제 이슈와 동반하는 최종적인 관심은 인간과 생태계의 건강성이다.
이들 문제의 출발에는 지구 환경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수증기의 포획과 응축, 천둥과 번개와 같은 고에너지 물리적 현상, 생명 태동과 더불어 나타난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생물학적 문제, 그리고 생물학적 진화의 출발에 중추적 역할을 한 화학적 진화 등 생·이화학적 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인류의 현대적 고민은 결국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하는 건강성에 귀결된다.
최근에는 화학물질이 사람과 환경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자기회복력과 생식 능력 등 건강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구적 규모의 주요 위기로 환경오염,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을 ‘삼중 행성 위기(triple planetary crisis)’로 규정하며, 이들 문제의 출발점에 화학물질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화학물질은 지구 생명의 탄생과 진화 과정에서도 깊이 관여해 왔으며, 오늘날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되는 일부 물질 역시 생명 탄생의 중요한 화학 반응에 관여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유해화학물질의 잔류와 축적이 인간과 생태계 건강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인류는 지구의 ‘삼중고’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처럼 짊어진 채, 해를 넘어 매년 가중되는 환경적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어령 선생의 글 ‘지게’가 떠오른다. 주어진 환경에 자신을 맞추며 짐을 져왔던 선택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지 모르나, 동시에 지게를 벗어던질 수 있는 넓고 곧은 길을 닦아야 할 필요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환경과 개발, 국토의 훼손과 보전, 에너지 이용과 배려의 문제는 단순한 대립 구도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길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는 지구적 소통과 세계화, 지속 가능한 발전,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시대적 과제와도 맞닿아 있으며, 국토환경이 지닌 금수강산의 본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삼중 행성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시대적 상황과 각국의 여건에 따라 변화해 왔다. 과거에는 인구 증가가 환경오염 부하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었고, 산업혁명 이후 인구 급증은 환경 문제를 사회·경제적 의제로 부각시켰다.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과 폴 에를리히의 『인구 폭탄』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대표하는 사례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인구 과잉이 아니라 인구 감소가 국가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간과되고 있는 요소 중 하나가 환경 화학물질 노출이 인간의 건강과 생식 능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다.
환경오염,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삼중 위협의 궁극적 수렴점에는 인간의 건강 문제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화학물질 문제가 존재한다. 환경 화학물질에 대한 지속적 노출과 축적은 사람과 생태계 건강 문제의 종착지로 작용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C-One 화학종은 기후 재앙을 초래하고 있으며,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불임, 생식 이상, 생식 능력 저하를 통해 생물다양성 손실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야생 생태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건강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는 이러한 환경·건강 위기가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대표 사례다. 플라스틱 생산의 급증과 화석연료 의존은 온실가스 배출을 확대하고, 플라스틱에 포함된 수많은 첨가 화학물질은 잔류성과 독성을 통해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부담을 준다.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오염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동시에 악화시키며, 이는 또 다른 부정적 피드백으로 작용한다.
삼중 행성 위기의 극복과 해방을 위해서는 환경과 생명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림 녹화를 통한 안정적인 산소 공급, 물 순환과 식량 안보를 지탱하는 수자원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을 통한 지속 가능한 국토 이용에 대한 실천이 절실하다.
이는 사람과 동·식물이 연결된 생태환경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핵심 요소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One-Health 접근의 구축이 요구된다.
결국 환경 문제의 해법은 건강한 국토, 건강한 국민, 강건한 국가로 수렴된다. 사람과 자연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도록 명확한 지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리더십이 지금 이 시대에 요구되고 있다. |